건설업계 적자 공사의 ‘주범(主犯)’격인 실적공사비제도를 대체할 전면 개편안이 그 구체적 윤곽을 드러냈다. 2004년 도입 된지 10년 만에 실질적인 공사비 산정을 위한 ‘표준시장단가제도’로 옷을 바꿔 입게 된 것이다. 원도급자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과정에 더 낮아진 공사비라는 극한 고통을 겪어온 전문건설업계의 오랜 숙원이 비로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는 지난 17일 ‘실적공사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고 개선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 및 보완을 거쳐 내년 1월까지 최종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다. 따라서 내년 3월부터 공사비 단가는 기존 계약단가 외에 실제 시공 단가, 입찰 단가 등 다양한 시장거래가격을 수집·축적·반영해 정하는 표준시장단가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는 공사비의 적정성을 크게 높인다는 의미를 갖는다.

사실 실적공사비 단가는 제도 도입이후 10년간 1.5% 상승에 불과(불변가격기준 36% 하락)해 그동안 낮은 공사비로 인한 업계의 고질적 경영난은 물론 시설물의 품질과 안전성 저하를 초래해왔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는 24.2%, 공사비지수는 56.1% 각각 올라 실적공사비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국토부가 실적공사비 손질 이유로 ‘국민의 생명과 편의를 위협할 우려’를 내건 것도 바로 낮은 공사비에 따른 안전 무방비를 우려한 측면이 크다. 즉, 우리 업계가 지속적으로 적자 부실 공사에 따른 안전 위험성을 개진해온 것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개선안의 큰 틀은 3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실적공사비 적용 배제이다. 이를 세분해 100억원 미만 사업은 실적공사비 적용을 영구 배제하고, 100억원~300억원 미만 사업에 대해서는 실적 단가가 현실화되는 시기까지 적용을 늦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용빈도가 높은 공종 중 단가가 현저히 낮은 흙깍기공(대규모)·아스콘포장(표층다짐)·틀비계공사(강관) 등 55개 공종은 우선 개선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늦게나마 개선 방안이 마련된 것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적공사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와 함께 공사비 산정 및 관리 기관이 독립성과 객관성을 가져야만 개선방안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코스카)는 그동안 실적공사비제도 개선 또는 폐지를 정부와 국회 등에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의원입법으로 300억원 미만 건설공사 적용제외와 실적공사비 폐지를 추진해 왔으며, 16개 건설단체와 공동으로 폐지 연명 건의에도 앞장 서왔다. 그 결과 최악의 건설경기 속에 적자 공사가 아닌 제 값을 받는 공사의 첫 단추를 이제 끼운 셈이다. 코스카는 앞으로도 실제 운용상의 문제점 감시와 궁극적인 폐지까지 회원사의 이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