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주택시장과 동떨어진 채 유지돼 건설업계의 지탄을 받던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눈앞으로 다가 왔다. 여야 간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으면서 이르면 연내 국회 처리도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 관련 법안은 2009년 이후 의원발의를 포함해 6번이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정도로 여야가 팽팽히 대립해 온 부동산 쟁점 법안이었다.

분양가상한제의 탄력적 운용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는 ‘주택법’ 개정안은 공공택지 등을 제외한 민간택지에는 상한제를 폐지해 침체된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안, 재건축조합원에게 보유 주택 수만큼 새로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하는 도시 및 정비계획법과 함께 3대 부동산 쟁점 중 하나다.

특히 주택ㆍ건설업계는 폐지의 시급성 측면에서 분양가상한제 조기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에 우선 적용되다 2007년 1월 민간택지까지 전면 확대 적용됐다.

법안 처리가 지연된 데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막으려는 야권이 분양가 급등 가능성을 거론하며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야권의 논리는 이윤 추구에 눈이 먼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소비자들이 비싼 값으로 주택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그러나 현 주택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오판이라고 거의 정리된 상태다. 분양가를 내려도 아파트가 팔릴까 말까 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소비자를 외면하고 분양가를 올려 판매 부진을 초래할 이유가 전혀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도 분양가 급등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건설업에 몸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분양가상한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말 없애야 할 나쁜 규제”라고 이구동성이다.

게다가 정부가 기존 분양가상한제를 보완해 공공택지와 주변 지역보다 집값이 급등하는 곳은 분양가상한제 폐지 지역에서 제외하겠다고 내놓은 게 현재의 분양가상한제 탄력적 적용제도다. 반면 야당의 주장대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와 도정법 개정안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소유자들의 투기를 통한 특혜 논란이 불가피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다행히 정치권에서 주택시장의 지속적 침체를 묵과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야는 어느 정도 합의점을 마련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에만 적용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3~5년간 적용을 유예하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 1주택 3가구까지는 허용하는 등의 절충안이다. 정치권은 이달 29일까지 타결을 모색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가 통과된다고 해도 구조적 침체기에 빠진 주택시장이 한번에 되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통일이 오지 않는 이상 건설업계의 대도약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다. 야권의 우려대로 분양가가 순식간에 급등할 확률이 희박하다는 뜻이다.

필요성이 인정됐던 규제들이 필요 없는 시기에 생명력이 더 지속돼서는 안 된다. 다만 부동산경기와 규제 적용 시점의 시차가 존재하듯 규제 폐지에도 부동산경기와 일정 정도 시차는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건 규제 폐지가 주택경기 냉각도에 비해 너무 늦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나쁜 규제 폐지 사례의 마지막이 돼야 할 것이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