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세종시 소재 6개 부처가 지난 13일 세종 행정지원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서 새로운 임대주택이 등장했다. ‘뉴 스테이’라는 브랜드를 달게 되는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입주하면 2년마다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필요 없이 적어도 8년간 한 집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임대료는 지역과 면적에 따라 보증금 3000만~1억원 정도에 월세 40만~80만원 안팎이다. 연간 임대료 상승폭은 전세금 상승 시세보다 낮은 5%로 제한한다. ‘뉴 스테이’의 정책 목표는 재계약을 무력화하는 과도한 보증금 상승을 차단해 비자발적 퇴거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그간 저소득층에 주력했던 정부의 주거안정 대책이 중산층으로 확대되는 데 의의가 있다. 중산층 거주 여건에 걸맞은 분양품질을 위해 기업형 장기 임대아파트를 300채 이상 짓거나 100채 이상 사들여 임대하려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는 저렴한 택지공급, 파격적인 금융 지원, 세제 지원 등 전방위적인 인센티브를 준다. 과거 임대주택이 주로 전용면적 85㎡ 이하, 혹은 65㎡ 이하의 중소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규모에 대한 지원을 특별히 차등을 두지 않아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임대주택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제반 여건도 마련됐다.

중산층 소비자들을 임대아파트 시장으로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선 대형건설사 브랜드파워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저렴한 택지 공급을 위해 금기어(禁忌語)인 개발제한구역 폐지를 언급할 정도로 분양주택 기대 수익률(5%) 이상을 노릴 수 있는 당근 제시에 적극적이다. 일부 대기업 건설사는 수지타산이 맞다고 판단, 기업형 임대아파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르면 이달부터 인천 도하도시개발구역에 짓는 가칭 ‘e편한세상 스테이’ 1960채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 외 대우건설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정부와 간담회를 가지고도 여전히 일부 건설사들은 “수익성 담보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각종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휘발성이 높을 전망이다. 정부는 ‘뉴 스테이’ 사업 추진을 위해 국토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업형 임대사업자로부터 지구지정 제안을 받은 경우 선별적으로 그린벨트 해제요청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임대아파트 건립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보금자리 주택’과 유사한 내용으로 상수원 오염 등 환경파괴, 시세보다 20~30% 싼 분양가로 특혜 논란이 불붙었다. 경기도 광명·시흥, 하남 등 보금자리 주택 대상부지 인근 지역 주민들은 보금자리 주택의 저가 분양에 집값이 떨어지자 불만이 팽배했다.

정부가 여러 가지 형태로 주택 공급자들에게 수익 보전을 약속하고 있지만 수익률 확보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임차 수요가 높은 서울의 경우 월세가 80~100만원으로 예상되고 순수 월세는 122만원까지 치솟아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가 급변하는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중산층 임차인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참여자가 수천만 명이고 시장 변수가 셀 수 없이 많아 정부 정책만으로 시장 흐름을 돌릴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전세에서 월세 전환이라는 시장의 흐름을 인정하고 중산층의 ‘주거의 질(質)’ 문제까지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데 의의를 둘 수는 있을 것 같다. /배 성 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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