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이 신속한 권리구제 수단임에도 건설분쟁에서는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면서 점점 신속성과는 거리가 멀어져 아쉽다. 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건설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소송을 통한 해결은 경제적 부담도 있지만 법원의 판결로 종료되기까지는 대부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불편한 본안소송에 앞서 시급하게 권리구제를 하기 위해 마련된 임시구제 절차로서 ‘가처분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공사도급관계에서 수급인의 입장에서 가처분을 통하여 권리를 구제받는 것도 쉽지는 않다.

예를 들면, 도급인의 경우 도급계약이 적법하게 해제·해지되었거나 혹은 해제·해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수급인이 공기 미준수의 우려나 설계도 등에 반하여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도급인에게 현저한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 도급인은 도급계약상의 권리에 기하여 건축공사의 중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청구할 수 있는데, 비록 ‘현저한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현재 진행 중인 공사를 중지해 줄 것을 가처분으로써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현장에서는 도급인이 임금체불, 공기의 미준수 등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승계수급업자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하고자 할때 종전의 수급인이 도급인의 계약해지가 부적법함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승계수급인의 공사중지를 구하거나 도급인에 의한 공사의 방해행위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청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필자의 재판 실무 경험상으로는 도급인의 계약해제의 ‘부적법성’이 명백하게 소명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법 제673조에 따라서 도급인은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인의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인 것 같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5, 1, 결정 2006카합3995 결정, 2007. 4. 4. 선고 2007카합604결정 등).

법원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도급인이 공사계약을 해지한 후 수급인의 공사현장을 점거하는 등 수급인의 공사를 방해하는 경우 수급인이 도급인의 공사방해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의 경우는 좀 더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통상 도급인이 수급인의 공사현장에 대하여 행하고 있는 방해행위의 전형적인 유형은 공사현장에 진입하려는 장비나 인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단전·단수 등 물리적이고 강제력을 동반하는 행위로써 이러한 방해행위 자체가 법상 금지되는 ‘사력(私力)구제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이므로 수급인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피보전권리)는 일응 인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도급인의 행위가 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고 본다면, 수급인의 공사진행 자체가 가처분으로 금지를 명할 정도로 위법한 경우에, 즉 도급인의 계약해지가 적법한 것으로 충분히 소명된 경우에는 수급인의 공사방해금지가처분을 인용하게 되면 일반인으로서는 수급인의 공사가 적법한 것으로 인식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중지가처분과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권리가 경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도급계약 해지의 적법성 등 공사속행이 정당한지에 관한 ‘보전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도 본안소송의 실체적 판단에 못지 않은 심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역으로 위와 같은 관계는 계약해지를 당한 수급인이 승계수급인의 공사금지가처분을 구하거나 승계수급인이 종전의 수급인을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을 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공사계약 해지의 적법성에 관한 문제와는 또 다른 사례를 든다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가 해지가 된 후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으므로 유치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며 수급인들의 직원들이 현장을 점거한 행위에 대하여 도급인이 공사방해금지가처분을 구하는 경우에는 수급인이 행사하고 있는 유치권이 적법한지의 여부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되므로, 실제 법원에서는 이에 관한 실체적 심리를 하여 수급인이 공사현장에 대한 실효적인 점유를 계속하지 못하여 유치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수급인에게 공사방해의 금지를 명한 판결도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4. 6. 선고 2005카합340 결정)

결국, 가처분이 신속한 권리구제수단으로 마련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본래 취지와는 달리 본안소송과 같이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점점 신속한 구제절차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 점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건설분쟁에 있어서도 가처분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보다 신속한 권리구제 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이 어떻게든 마련되었으면 한다.      /박하영 법무법인 법여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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