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봄’이 왔다는 소리가 들린다. ‘다운세븐(집값이 하락한 7개 지역)’으로 불렸던 인천 송도, 청라, 경기 용인, 김포 등도 가격이 반등했다. 고점 대비 절반 이하까지 떨어졌던 집값이 90%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오를 때도 됐다. 지난 7년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보면 2008년 고점을 회복한다고 해도 버블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다.

확실히 분위기는 탄 것 같다. 건설사들이 잇달아 분양에 나서고 있다. ‘물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식이다. 4월 수도권의 분양물량은 30곳 2만3501가구에 이른다. 통계를 잡기 시작한 2000년 이후 15년 만의 최대다.

종전 가장 많았던 2002년(1만1319가구)의 두 배나 된다. 때맞춰 기준금리는 1%대로 낮아졌다. ‘집값 떨어지겠지’ 하면서 전세로 버티던 수요자들도 속속 내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2015년의 집값 상승을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 우려의 가장 큰 근거는 인구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17년부터 감소한다. 그러니까 내년은 한국 역사상 생산가능인구가 가장 많을 때다. 소비능력이 절정에 달하는 때라는 얘기다.

내년 언저리까지는 부동산 수요가 있다. 미국 덴트연구소도 한국의 소비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정점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출생인구가 가장 많았던 때는 1971년이다.

한국인들이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나이는 평균 47세다. 공교롭게도 1971년의 47년 뒤는 2018년이다. 이때부터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들어선다. 이래저래 소비력이 급감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이런 전철을 밟았다. 일본의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42년과 1949년이다. 각각 해의 47년 뒤인 1989년과 1996년 일본경제는 최고의 정점을 찍었다. 이후 온갖 부양책을 폈지만 잃어버린 20년을 피하지 못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말부터 주택가격 급락을 예고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물량이 지금처럼 쏟아지면 집값하락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도 한다. KDI 전망의 근거도 역시 ‘인구’다. KDI는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일어난 주택관련 지표의 개선은 하락 추세 중 ‘작은 사이클’로 본다.

금리전망도 밝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1%대로 금리를 내렸지만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이 올 하반기 금리를 올렸을 때 과연 한국은 저금리로 버틸 수 있을지 자신하는 사람은 없다. 주택담보대출은 빌릴 때는 한순간이지만 갚는 것은 20~30년이다.

실수요자는 몰라도 빚내서 집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사 훈기가 불기 시작한 부동산에 왠 괜한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이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지표는 너무 나쁘고, 이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어쩌면 한파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찾아온 포근한 날씨에 “봄이 왔다”고 소리를 치는 것이 더 위험할지 모른다. 경제는 심리라지만 심리가 착시가 될 정도라면 꼭 휴유증을 남긴다. 간만에 찾아온 부동산 온기가 반갑지만, 조심스러운 이유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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