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불문하고 주택 분양시장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포털에서 ‘청약 경쟁률’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평균 경쟁률 수십 대 1을 알리는 홍보성 기사가 넘쳐난다.

실제 지난 3월 분양된 동탄역 반도유보라6.0은 평균 경쟁률 62.85 대 1을 기록해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절정을 이뤘던 2006, 2007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당시 ‘로또’로 불렸던 판교 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되면 주변 지인들에게 술자리를 마련하는 게 일상이었다. 분양 계약금을 종잣돈 삼아 건물을 지어 올리는 후분양 방식의 국내 주택시장에서 건설사로서는 과히 반길 일이다.

분양시장 호황의 배경은 몇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건 두 가지다. 기준금리 1%대의 초저금리로 확 준 대출이자 부담과 전세가율이 70%를 웃도는 전세난 가중으로 주택구입 수요의 증가다.

그러나 문제는 단기간에 분양시장이 너무 뜨겁다는 데 있다. 최근 분양시장은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지났다는 체감경기 인식의 영향으로 저평가된 기존 주택 매매가 활발하면서 집값이 상승하자 분위기에 편승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청약 경향이 적지 않다. 건설사들은 건설사대로 이 기회를 활용, 그동안 쌓아두었던 분양을 한꺼번에 밀어내면서 물량 털어내기에 힘쓰고 있다.

수요자들과 건설사들의 희망대로 건설과 준공, 입주가 착착 이뤄지면 금상첨화겠지만 분양시장의 특성상 그런 시나리오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기존 주택구입은 계약금을 내고 계약을 한 후 두 달 정도 내에 잔금을 납부하면 거래가 종료된다.

반면 분양시장은 청약 당첨 후 계약금 지불에서 잔금 완납까지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가 걸린다. 기존 매매거래와 달리 잔금을 치를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주택 매입에 따른 재무설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거주지 바로 옆인 인천 서구 청라파크자이더테라스 단지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0.6대 1이지만 들리는 얘기는 온통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하거나 안 되면 실수요로 살면 되지”라는 안이한 인식뿐이다.

청약률 광풍의 이면도 있다. 겉보기와 달리 실제 계약률은 낮아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단지가 여럿 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서울에서 미분양 물량이 10가구 이상인 단지는 9개 자치구에서 12개 단지, 총 1017가구나 된다.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과 분양시장이 살아나자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꼼꼼하게 청약 조건을 따지지 않는 청약 신청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미국 금리 인상과 국내 경기도 큰 변수다. 미국 금리 인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고 국내 경기는 성장 견인차인 수출 감소와 내수 침체로 장기침체 국면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시장만 딴 세상에 있는 셈이다.

“부동산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사는 것입니다”. 주로 찾는 부동산중개사무소 입구에 걸린 문구인데 타이밍의 예술인 부동산시장의 핵심을 정확히 짚은 표현이다.

지금의 분양시장은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부나방처럼 모여들고 있어 걱정이 든다. 현 분양시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국내 경제와 부동산 상황, 세계 경제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는 여유를 가진 후 다시 뛰어드는 건 어떨까.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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