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은 급속히 활력 잃어, 이는 더 큰 노화 불러 발전동력 떨어뜨릴 수도 현명해지기도 전에 늙어 버리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나이·지위 떠나 끝없이 도전해야”

언젠가 어느 신문의 글을 읽고 공감되는 바가 있어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우리나라가 분명 나아지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눈에 띄게 둔해지고 난마처럼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행복을 위한 실마리를 쉽게 풀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린 현상에 대한 분석을 해 놓은 글이었다.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조로(早老) 현상으로도 설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는 성장동력을 위협할 정도다.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인구의 연령 분포는 깔대기 마냥 점점 늙은 사회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태어난 아이들도 마냥 까불고 즐거운 생이 기다리는 건 아니다.

조기 교육이라고 태아 시절부터 주입된 배움이 선행학습으로까지 이어져 애늙은이가 되기 십상이다. 중등학생 즈음에는 젋음의 온갖 다채로움은 간 데 없고 지적 호기심도 없는 입시기계가 되어버린다. 인생을 고뇌하고 금보다 귀한 경험을 쌓을 때인 20대에는 먹고 살 걱정으로 돈에 대한 맹목적 숭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애써 들어간 직장에서는 40대 후반이 되면 벌써 직장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준비 없이 은퇴를 하게 된다. 나와서는 나이 많은 게 흠이 되어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뿌리 깊은 서열의식이 조로현상을 더 부추긴다. 노년의 경험과 지혜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어 버린다. 사회적으로도 소득계층이나 연령계층 간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 깊고 큰 골이 패여 점점 깊어가는 주름살을 연상케 한다.

경제 쪽을 봐도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경제는 개인의 욕망을 활력 삼아 시대적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개인의 삶을 만들어 간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성장은 한강의 기적을 잉태하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선진국 진입과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어가자는 장밋빛 청사진을 얘기하였건만, 2010년대에 들어서자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향후 잠재성장률마저 정체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성장과 분배 단계에 대한 가치 인식에도 접합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방향타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건설 분야만 놓고 본다면, 이미 포화된 부동산 개발이나 건축으로는 더 이상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오히려 하우스 푸어의 양산이나 버블을 걱정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가는 도전적 모험 정신보다 현상유지와 손쉬운 자본 증식에만 열중한다. 규제에 얽어 매여 꼼짝을 못한다는 핑계도 있지만 모험을 택한 기업의 좋지 않은 결말을 옆에서 지켜보고 조기 학습한 탓도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로 현상은 사회의 활력 저하와 연쇄작용하여 그 결과 더 큰 노화현상을 초래해 발전의 동력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여러 방면에서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현상과 흐름을 얼마나 슬기롭고 덜 고통스럽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하루아침에 생긴 현상이 아닌 만큼 대증적 요법이나 일회성의 구호만으로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주창하는 창조경제가 이 시대 우리나라가 재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적인 정신을 다시 발휘해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야 한다는 것이 맥이다. 그러나 조로 현상을 겪는 심리적 상태를 생각할 때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만 가지고 이를 치유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해답은 개인에게서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인 개개인의 삶에 대한 자세가 사회 활력의 척도가 된다면 이러한 조로 현상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가 더 중요한 해결의 실마리가 아닌가 한다.

주위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인생을 설계하고, 삶이 주는 모든 것에 감사해하는 마음을 가지며,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도 소중한 자산으로 삼는 용기를 가진다면 인생은 이미 다 아는 시시한 것이 아니라 새로움이 무궁무진한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나이와 지위를 떠나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스스로를 젊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 개인의 몫이라면, 현명해 지기 전에 늙어버리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개인이 스스로 만드는 조로 의식은 사회의 조로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형수 법제처 경제법제국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