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버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수단은 부동산과 금융이다. 부동산은 금융처럼 각종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해당 국가ㆍ지역의 역사와 발전 속도, 개발 흐름 등을 고려하는 역사적 측면이 강조되는 차이점이 있다. 모든 분야에서 통사적 관점을 선호하는 기자가 부동산을 재미있어 하고 회사에서 ‘부동산 깔대기’로 불리는 이유다. 

기자가 현 부동산 시장에서 미래 가치에 가장 관심을 가진 지역은 행정수도인 세종시다. 단순히 세종시에 최근 몇 년간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주거인프라 확충으로 거주 공간이 편하게 변모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이목을 끄는 진정한 이유는 세종시의 부동산 운명이 통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논리다.

나름의 논리는 이렇다. 세종시 부동산시장 성장의 핵심은 행정수도로서의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세종시에는 국방부와 외교부 등 업무 특성상 배제된 일부 부처를 제외한 중앙부처 13곳과 14곳의 산하기관이 내려와 외형적으로는 행정수도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실제 기능은 행정수도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다.

각 부처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일주일 중 3분의 1은 세종시, 3분의 1은 ‘온 로드’(on roadㆍ출장으로 인한 버스나 KTX 탑승 의미), 3분의 1은 서울에 있다”고 자조할 정도로 행정낭비 논란이 여전하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세종시에 위치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지난해 상반기 지출한 출장비는 총 75억원에 달했다. 이 중 상당액은 중앙정부청사와 과천청사, 국회 등을 오가는데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출장 비용만 15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행정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세종시 이전 부처와 연관된 국회 상임위를 세종시에 분원형태로 설치하자는 여론이 있지만 ‘공무원 소환(?)’을 행정부 견제로 간주하는 국회의원들이 버티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서울에 있는 정부중앙청사와 정부과천청사, 세종정부청사로 흩어진 기형적 행정체제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 부동산시장을 위기로 내몰 수 있는 게 남북한 통일이다. 현재 남북한 관계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남한 정부의 ‘5ㆍ24’ 조치로 대치 국면이 고착화돼 금방 통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독일 통일 주역들이 밝혔듯이 통일은 부지불식 간에 찾아 왔고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특히 광복 70주년인 한반도 상황은 급변하는 외교 지형, 김정은 권력의 불안정성 등 대외적 변수가 많아 급작스런 통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통일이 된다면 세종시의 부동산시장을 떠받칠 행정수도 기능은 그대로 유지될까. 결론은 비관적이다. 행정기관이 이미 분산됐음에도 통일에 대한 상징성과 북한에 대한 정치적 배려로 평양에도 일부 부처의 이전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럴 경우 세종시 행정부처의 행정력 낭비 논란이 더 부각돼 서울 또는 과천으로의 북상론이 국회나 청와대에서 나올 것이다. 또 고도의 정치적 압력으로 실제 북상 가능성이 매우 높아 세종시 부동산시장이 북한 정권처럼 한번에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아니지만 통일은 세종시 부동산의 지형을 단번에 흔들 중대 변수다. 세종시 부동산시장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 의향이 있다면 남북 관계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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