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였던 지난달 말 울산의 지인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대화를 나누다 부동산으로 주제가 옮겨갔다.

지인은 2017년 입주가 예정된 분양가 3억3000만원인 34평짜리 집을 분양받은 터였는데 프리미엄이 6000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단지가 경부고속도로 울산IC 출구 옆 경사지에 입지해 있고, 풍족하지 못한 문화ㆍ편의시설에 추가 개발이 가능한 부지도 없었다.

이어진 지인의 말에는 입이 더 떡 벌어졌다. 울산 우정혁신지구에 37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거주하는 동생은 1억원이 올라 시세가 4억3000만원이라는 것이었다.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 아파트 시세가 평당 1000만~1100만원 선이다.

혁신지구 호재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평당 1160만원은 꽤나 비싼 편이다. 지인에게 지방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설명하면서 프리미엄을 가급적 빨리 매매하라는 조언을 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올해 3월 기고에서 대구 집값의 거품 논란에 적잖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4개월이 지난 여름휴가에서 느낀 점은 지방 집값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며 상승세가 불안할 정도로 빨라 꼭지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2015년 1월 초 대비 7월 셋째 주 기준)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대구 8.8%, 광주 5.5%, 울산 3.6%, 제주도 3.5%, 부산 3.4% 순이다. 같은 기간 전국은 3.0%, 서울 2.9%, 경기도는 2.8% 상승했다.

심지어 지방 집값 거품의 대표격인 대구 수성구는 집값이 평당 1043만원으로 서울 도봉구(1013만원)와 금천구(1009만원)를 뛰어넘었다.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학군이 좋긴 하지만 대구 아파트값이 서울을 웃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 집값 고공행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집값이 한풀 꺾인 부산을 통해 잘 드러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투자자들은 저평가됐던 부산으로 몰려 왔다. 그 결과 부산 아파트 값은 2009년부터 3년 연속 10%를 넘게 상승하다 고점 논란으로 투자자들이 점진적으로 빠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공교롭게 대구도 2013년 10.9%, 지난해 10.7% 올랐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9%가 올라 부산처럼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이 예상된다. 부산의 전철을 밟는다면 내년부터 대구도 집값 상승세 둔화가 예상되고 울산, 광주 등 다른 지방 부동산시장도 곧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도 지방 부동산에 대한 끝물 투자는 여전히 뜨겁다. 최근에도 대구 수성구 아파트 분양권을 프리미엄 5000만원을 주고 매입하는 등 무리한 투자 사례가 수시로 언론에 등장한다. 부동산정보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비청약자의 38%가 전매를 목적으로 청약에 응하겠다고 답해 무조건 발을 담그고 보자는 이익추구 행위가 범람하고 있다.

투자수요가 높은 시장은 외부 충격에 민감한 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 시세는 역내 경제력과 호재가 내포한 미래 발전상을 넘어서는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에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지방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제 덮칠지 모르는 외부 충격에 미리 대비할 때이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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