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8월14일 경기도 평택시에서 문을 연 한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엔 아침 일찍부터 방문객이 몰렸다. 관광지 대신 모델하우스를 찾은 손님들을 응대하기 위해 분양, 홍보 관계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다.

곳곳에 켜진 에어컨이 계속 차가운 바람을 쏟아냈지만 워낙 많은 방문객이 찾은 탓에 모델하우스 안이 덥게까지 느껴졌다. 모델하우스 밖에는 20여 곳의 ‘떳다방’이 천막을 치고 방문객을 유혹했다.

더 신기한 것은 이 아파트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점이다. 관람객들은 평택시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은 물론, 대구 광주 등 지방 광역시에서 찾아왔다.

전통적인 주택시장 비수기 8월에도 이렇게 분양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8월에만 전국 40개 사업장에서 아파트 3만9522가구가 공급된다. 최근 5년간 8월에 공급된 일반분양 물량 중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 연간 아파트 공급 건수도 사상 최대 규모다.

부동산114는 하반기 전국에서 새 아파트 24만2730가구가 공급된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공급된 19만 가구까지 합쳐 15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 건설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걱정되는 게 있다. 공급과잉이다. 건설사들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회사가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며 분양일정을 당기고 있지만 2, 3년 뒤 이들 아파트가 입주할 때에도 이런 호시절이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년 뒤엔 정권이 바뀌는 시점이라 더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2, 3년 뒤까지 볼 것도 없어 보인다. 미분양이 이미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모두 3만4068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5월 2만8142호에서 무려 21%(5926호)나 급증한 수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너무 많은 분양 아파트가 쏟아진 데 따른 일시적이며, 국지적인 증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좀 다르다. 이 같은 미분양 증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처럼은 아니겠지만 일정 부분 부동산 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열기의 가장 큰 배경인 저금리가 오래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의 여파가 부동산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금융권 등에서는 미국이 가을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일정 기간 뒤 우리나라 금리도 동반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여기에 내년부터 대출 상환능력 심사가 강화되는 등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한층 까다로워지면 구매여력이 상실된 실수요층의 본격적인 시장 이탈도 고려해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비록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염두에 두고 정부는 공급과잉 해소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설사도 스스로 공급과잉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땐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의 조언도 참고하면 좋겠다. 그는 “하반기 대기 중인 분양 물량이 상반기보다 많고, 특히 지방이 이미 과포화 상태라 미분양 증가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 같다”며 “부산에서 내달부터 3개월 이상 해당지역 거주자에게 주택을 먼저 분양하기로 한 것과 같이 정부와 건설사가 공급과잉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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