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돌관공사비와 관련한 종합건설업체의 갑질 횡포에 철퇴를 가했다. 이번 판결은 특히 민간건설사간 하도급 분쟁에 국가계약법령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사법 사상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한 전문건설업체의 3년여에 걸친 ‘정당한 권리 찾기’ 집념과 노력이 향후 돌관공사비 분쟁에서 하도급 쪽에 유리한 방향의 판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제27민사부는 최근 한 하도급 전문건설업체 A사(원고)가 모 종합건설업체 B사(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돌관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①피고가 원고에게 명시적으로 돌관공사를 지시하지는 않았다 ②하지만 피고의 귀책사유로 공사가 지연되었음에도 피고가 원고의 공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절했다

③원고가 공사기간 준수를 위하여 인력이나 장비를 추가적·집중적으로 투입한 결과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④이처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돌관공사비(추가비용)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의 귀책사유가 명확한데도 돌관공사를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며 모든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덮어씌우려는 원도급 종합건설사의 태도는 전형적인 불공정 관행 횡포라고 본 것이다.

행정도시 정부청사 시공사인 B사는 지난 2011년 1월 A사를 하도급업체로 선정하고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계약에 따라 공사를 진행해 가던 중 선행공종인 토목 굴착공사의 완공 지연,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우기일수 증가 등으로 부득이한 사정으로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공기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불가피하게 돌관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원·피고 간 공기연장 및 돌관공사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2012년 2월 계약은 해지됐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국가계약법령을 지침으로 삼았다. 이 사건 공사계약이 민간 하도급계약이지만 대한민국과 원수급인인 피고 사이에 적용되는 국가계약법 제19조와 그 시행령 제66조를 원용한 것이다. 즉, 일방 당사자에게 지나친 불이익과 손해를 강요하는 종합건설사의 갑질 관행에 형평과 원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허용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앞으로 돌관공사비 논쟁에서 하도급업체의 일방 손해를 막을 수 있는 기초를 놓은 셈이다.

재판부는 또 공사지연 및 타절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원고가 져야한다는 피고의 주장도 일축했다. 계약 해지의 사유가 피고의 이행거절에 있고, 피고가 원고의 가설 자재를 무단으로 사용한 점 등을 들어 원고가 후속 공사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1심 판결인데다가 피고인 B사의 항소로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명확한 사실 확인을 근거로 판결하면서 원도급사의 명시적인 돌관공사 지시가 없었음에도 피고의 귀책사유를 엄정히 적용했다는 점, 민간 하도급분쟁에 국가계약법령을 적용했다는 점 등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상급심도 이번 판결의 의미를 결코 허투루 보진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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