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일 확정한 2016년 예산안은 경기활성화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산업분야 예산을 줄이는 모순(矛盾)을 담고 있다. 나랏빚과 소모성 복지예산에 발목이 잡혀 무늬만 경기부양인 ‘반쪽 예산’이 돼 버린 것이다.

내년도 정부의 지출 예산안은 올해(375조4000억원)보다 3%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 가운데 SOC예산은 23조3000억원으로 올해(24조8000억원)대비 1조5000억원(6.0%)이나 줄었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도로예산이 8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7.8% 줄었고, 철도분야는 7조1000억원으로 3.0%가 깎였다. 

정부는 올해 추경에 SOC예산이 미리 반영돼서 실질적으로 예산이 줄어든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과성 소모 예산인 복지예산이 122조9000억원으로 SOC예산의 5배가 넘는 것은 이 정부의 경제 활성화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예산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최대 목표로 내걸며 경기부양과 일자리 증가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SOC예산을 줄인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건설업은 취업유발계수(10억 원당 취업인원)가 13.8명꼴로 나온다. 전자기기 제조업(5.1명), 화학제품(5.9명), 기계 및 장비(8.6명) 등 여타 산업부문보다 투자 효과가 크고 즉각적이다.

한 경제연구기관이 취업유발계수를 적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SOC예산 축소로 향후 3년간 16만8347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반면 내년 청년 일자리 1만6000개를 더 만들기 위한 일자리 예산 총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나 늘었다. 취업유발계수를 적용해 단순히 계산해도 내년 SOC예산 축소로 줄어들게 될 일자리가 2만700개인 점만 봐도 이번 예산안의 비효율성이 곧바로 드러난다.

물론 정부가 올해보다 50조나 불어나게 되는 국가채무에 발목이 잡혀 빠듯한 예산을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게 아닌 일과성·소모성 복지예산이 6.2%나 늘어난 것을 보면 SOC예산 축소는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재정건전성과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할 수도 있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SOC예산은 미래를 위한 예산이다. 또한 현재의 경기 부양과 일자리창출에도 혁혁한 기여를 하는 전천후 예산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선거판을 의식한 보편적 복지의 유혹에 빠지기 보다는 선별적 복지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그 여유분을 국가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만 한다. 이제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예산안을 보다 세밀히 살펴 미래 성장 동력의 엔진을 끄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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