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자 대한전문건설신문 1면 톱으로 실린 ‘원도급 갑(甲)질 횡포에 희생된 전문건설업체의 피눈물 사연’을 읽은 많은 독자들은 “눈물 없이 읽을 수 없었다”며 안타까움과 함께 원도급사에 대한 격한 분노감을 표해왔다. 잦은 계약변경, 단가 후려치기, 산재 공상처리, 부도 후 공사이행증권 청구 등등 ‘갑질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온갖 만행에 독자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듯 치를 떨었다. 20년 협력관계가 무색하게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나몰라 하는 원도급사의 횡포가 오래 되고, 뿌리 깊고, 수법이 다양한 만큼 하도급업체의 배신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가슴 저린 하도급의 눈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초 ‘익명제보센터’를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제보 받은 불공정행위 피해사례 중 72%가 하도급법 위반 피해 제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대부분 하도급 업체를 착취하는 형태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복이 두려워 익명으로도 제보하기를 꺼리는 하도급업체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제도 자체가 하도급업체를 옥죄는 경우도 많다. 임금 인상분을 하도급업체가 고스란히 떠안는 게 그 대표적 경우다. 9월14일자 대한전문건설신문이 지적한대로 현행 에스컬레이션(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제도는 원도급사만 신청할 수 있도록 있도록 돼있다. 특히 올해는 원자재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해 원도급사는 조정을 통하지 않고도 손해 볼 여지가 없지만, 임금비중이 큰 하도급업체들은 현행법상 에스컬레이션 신청도 못하고 임금인상분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부실도 하도급의 눈물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듯이 2011년부터 올 6월까지 국내 건설공사에서 하도급대금 미지급으로 적발된 사례 가운데 82%가 경미한 처벌인 ‘시정명령’만 받고 넘어갔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사정이 이러니 상습적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하도급업체를 괴롭히는 원도급업체가 줄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늘 그랬듯이 민족명절인 추석을 맞아 공사대금 조기 지급에 나서는 한편 하도급 대금 미지급 때는 엄중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명절 때라도 챙겨주려는 정부의 태도가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것이 근본적·항구적 대책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도급업체들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하도급의 눈물’을 근원적으로 막아주기 위해서는 하도급 업체에게 불리한 제도 정비와 함께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 감독, 원도급업체의 인식 전환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광복70년, 국가기반 건설의 주역 역할을 해온 건설 산업이 아직도 유아적 갑을 관계의 불공정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건설 산업 선진화라는 시대적 요청은 한낱 허구의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자부심도 그만큼 커지는 게 세상사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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