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규모 복합공사’ 허용 규모가 확정(?)됐다. ‘?’를 붙인 이유는 확정인지 아닌지가 영 애매해서다.

10월15일 발표된 내용을 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10일 입법예고한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안(3억→10억원)을 일단 4억원으로 낮춘 뒤, 차후 별도의 심사 과정 등을 거쳐 7억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10억원에서 4억원은 엄청난 변화다. 아니 ‘엄청난 후퇴다’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런 비난을 의식해서였는지 국토부는 보도자료에서 “종합업계의 반대에 밀려 업역체계 유연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약해진 것은 아닌지”라고 자문(自問)한 뒤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 등 건설업 업역 유연화는 건설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발주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며, 정부는 앞으로도 경직된 칸막이식 업역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연화하여, 공정한 경쟁을 통해 부실업체가 퇴출되고 능력 있는 업체가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자답(自答)을 첨부했다.

질문은 이해가 되는데 답에는 또 ‘?’를 붙여야 할 것 같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대한 답치고는 너무 모호해서다.

거두절미하고, ‘도대체 국토부가 왜 그러나’ 싶다. 국토부는 4월 입법예고 뒤 3개월씩이나 이해 당사자인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관련 전문가 등을 모아 소규모 복합공사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도 매우 아쉬운 결론을 도출하는데 그쳤다. 첫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양 업계와의 충분한 협의나 조정 과정 없이 덜컥 10억원이라고 범위를 정해 밀어붙였다. 그러다 종합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니 이번엔 1억∼2억원도 아니고 6억원씩이나 깎아버렸다.

이후로도 정책 결정권을 쥔 갑(甲)의 위치인 국토부의 불통행정은 계속됐다. ‘우선 4억, 중장기적 7억원’의 내용이 비공개인 채로 보도자료 배포 계획만 1주일 전에 나왔을 때 국토부는 양 업계의 쇄도하는 문의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배포 당일 언론사보다 조금 일찍 보내주겠으니 그때 보면 된다”는 게 국토부 쪽 답변이었다고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정안이 발표되면 더 이상 반발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들렸다”고 분개했다. 지난 과정이야 그렇다 치고, 필자는 앞으로 닥칠 또 한 번의 혼란이 사실 더 걱정된다. 7억원까지 확대를 둘러싼 적격심사 기준 정비 등 남아 있는 과제가 산적했다.

공동구간의 범위 설정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4억원 미만은 기존의 소규모 복합공사를 적용하고, 4억∼7억원 미만 공사만 공동구간으로 운용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렇게 되면 종합과 전문의 업역 체계의 예외 조항인 소규모 복합공사에 또 다른 예외가 하나 더 느는 꼴밖에 안 된다. 업역체계 유연화를 통해 발주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겠다는 제도개선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셈이다.

모든 책임은 국토부에 있다.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는 지난해 12월 규제 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회의에서 추진 과제로 선정된 것이다. 칸막이를 없애 지방·중소기업이 업역제한을 당하는 범위 제한을 확대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금의 조정안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경영 형편이 더 좋은 중·대형 건설사 위주의 종합건설업계 의중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 게 현실이다.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만난 국토부 당국자의 말이 기억난다. 그는 “지난번(4월 입법예고 때)엔 논란이 많았지만 이번엔 전문·종합 양쪽 모두가 만족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과연 그런가. 아닌 것 같다.

“줬다 뺏는 것은, 아예 안 주는 것만 못하다”는 건 어린 아이도 아는 진리다. 국토부가 소규모 복합공사 허용 범위를 원론에서 재고하길 고대한다. 당초 입법 취지만 다시 돌아봐도 답이 바로 나올 것이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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