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행위를 행하는 측과 당하는 측 사이에 인식의 갭(gap)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의 불공정 관행에 보태 새로운 불공정 관행이 속속 생겨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불공정 관행의 근절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5000개 건설·제조·용역업 원사업자와 9만5000개 수급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 하도급 관행은 다소 개선되고는 있지만 원사업자들은 여전히 ‘쉬쉬’하며 감추려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원사업자 중 지난해 하반기 이후 24개 하도급법 위반행위 유형 가운데 하나라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25.9%였다. 반면 원사업자가 24개 위반 유형 가운데 한 건이라도 법 위반을 한 사실이 있다고 답한 수급사업자는 49.1%로 절반에 육박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갭인 23.2%p만큼 원사업자들이 불공정 행위를 감추거나, 아니면 불공정 행위라는 사실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급사업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원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감춰주려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행위 유형별로 보면 수급사업자 대상 조사결과 대금·선급금·어음할인료 미지급 등 대금 미지급 법위반 혐의 업체가 33.8%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문제”라고 수차례 언급했던 하도급 대금 미지급 행위가 아직도 여전히 수급사업자들의 목줄을 비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금지되고 있는 부당특약 비율도 13.1%로 나타나 관계 당국의 보다 엄중한 감시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하도급업체들이 새로운 애로사항으로 호소한 ‘추가·변경 위탁시 서면 미발급’과 ‘유보금 설정’에 대한 실태를 처음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건설업종에서 추가·변경 위탁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원사업자의 비율이 무려 55.4%로 나타났다. 유보금과 관련해서는 수급사업자 중 2.5%가 유보금 설정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두 가지 불공정 행위는 새롭게 관행으로 고개를 든 것들이다. 이전의 불공정 관행들이 근절되지 않았을뿐더러 새로운 관행이 슬그머니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원사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급사업자들을 괴롭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봤을 때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원사업자들의 의식개혁이다. 법과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원사업자들이 교묘히 피해가며 수급사업자를 괴롭히려 든다면 우리 사회에서 불공정 관행 근절은 요원할 것이다. 입으로만 상생과 동반성장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려는 자세가 뒷받침될 때 불공정 행위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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