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이며 협력이다. ‘심리 위축’과 ‘협력 저해’는 상호작용을 하며 경제를 더 크게 망쳐서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신감 회복과 정서적 단합을 외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새해 벽두 중국과 미국, 중동에서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경제 악재(惡材)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중국의 증시 폭락으로 시작해,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 악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에 따른 중동의 일촉즉발 위기는 2016년 새해 벽두를 ‘블랙(Black)’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새해 첫 월요일 세계를 강타한 일격은 경제 심리를 사정없이 위축시켰다. 잘사는 나라든, 못사는 나라든, 모든 국가가 올 한해 대차대조표 따지기에 분주하다. 남을 돌볼 겨를이 없다. 

우리 경제도 그렇다. 아니 어느 나라보다 어려운 현실이다. 저성장·저소비·고실업·정치력 부재에 따른 4대 개혁과 구조조정 실종 등 내부적 어려움에 대외적 강펀치가 보태지면서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지난 6일 대한전문건설협회 신년 심포지엄에서 강연한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의 위기는 전(全)세계적 경기 침체와 맞물려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십년간 사용해온 경제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는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라고 경제 한파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축소, 금리 인상과 대출제한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 저유가로 인한 해외시장 진출기회 축소 등 악재만 수두룩하다. 실제로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지난 12월 86.7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건설경기 전망이 어렵다는 얘기다.

건설경기의 불투명한 전망은, 신동엽 교수의 말대로라면, 건설업계에도 게임 규칙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지난 40년 이상 지속돼온 수직적, 종속적 갑을 관계를 수평적, 독립적 협력관계로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신홍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 본지 신년 인터뷰에서 “하도급 입찰제도 개선 등 건설 산업 생산주체가 공생발전 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건설 산업하면 떠오르는 불법·불공정·부당·불안전의 게임규칙을 버리고 합법·공정·정당·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기존의 불평등 게임 규칙으로는 모두가 망할 수도 있다는 시각에서 전향적으로 수평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나갈 필요성을 그 함의(含意)로 담고 있다. 

위기가 깊을수록 엄청난 성장기회도 상존하는 게 세상사의 이치다. 위기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아니면 더 큰 성장 기회를 잡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함께 가야 크고 멀리 간다는 점이다. 건설 산업도 이제는 하향식 주종관계에서 공생으로 게임의 법칙을 바꾸어야할 시점이다. 그래야 위기가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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