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균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은 지난 1월14일 ‘2016년 정부부처 합동 대통령 업무보고’에 참석해 ‘유보금 문제’ 해결을 직접 건의했다. 유보금 문제가 정부의 업무보고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거론되기는 이마도 그날이 사상 처음이었을 것이다.

신 회장은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으로 최근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최근 하도급 대금 중 일부를 유보하는 대기업이 있어 중소업체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점검을 강화해,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제재를 취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보금은 원청업체가 하자·보수비용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하청업체에 줘야할 하도급 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유보시켜 놓는 금액을 말한다. 이런 유보금 횡포는 건설업종에서 특히 심해 공사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금액을 1~2년간 지급하지 않거나, 또는 차기 공사대금을 줄 때 정산한다는 조건을 남겨 놓는 등 수법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이 유보지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안주겠다는 ‘놀부 심보’인 셈이다.

대통령 앞에서 건의되는 등 유보금 갑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공정위가 드디어 칼을 뽑아들었다. 이달 중 유보금 실태에 대한 일제 직권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정채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건설업종의 유보금 실태를 일제히 직권 조사해 (불공정 행위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해 불공정 유보금에 대한 척결 의지를 확고히 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더나가 “하도급대금 직불 활성화가 올해 공정위의 역점 과제”라며 ‘하도급대금 직불제 확대를 위한 추진협의회’를 구성할 계획도 밝혔다. 불공정 하도급대금 지불 관행에 대한 근본적·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정위가 지난해 진행한 하도급대금 관련 서면실태조사에서도 유보금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 등 법위반 혐의가 드러났다. 106개의 하청업체들이 유보금 설정 문제를 직접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 가운데 원청업체의 일방적인 요구로 유보금이 설정됐다는 응답이 27.7%였으며, 서면이 아닌 구두로 설정을 통지받았다는 경우도 35.9%나 됐다. 이는 유보금과 관련한 위법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공정위의 심볼은 ‘보호’와 ‘공정’을 상징화하는 눈의 모양이다. 이는 공정한 경쟁구조를 바탕으로 균형적인 경제발전 추구를 위한 감시의 눈초리를 잠시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유보금 실태 직권조사는 공정위의 설립목적과 다른 ‘공정하지 않은 경쟁구조’에 대한 조사이다. 때문에 조사이후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는 불공정·불법 행태의 유보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조사든 엄정하고 정의로운 집행이 뒷받침 될 때만이 그 참다운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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