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류가 단절될 수 있는 초연결·불균형 사회는 전혀 새로운 산업과 사회, 생산활동을 요구할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경쟁이라는 화두로 펼쳐진 바둑경기에서 인간이 1대4로 패배했다.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에 인간이 패한 셈이다. 381점에서 펼쳐지는 바둑의 수는 무한대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송두리째 뒤집어졌다. 바둑의 수는 복제가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스포츠라 생각했던 필자도 당황했다. 사이버지식이 바둑판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합해져 나타난 것이 알파고다. 사이버와 물리적 공간이 융합돼 만들어 내는 신상품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를 이번 경기가 예고했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지난 1월 3째주에 개최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공식 주제로 등장했다.

18세기에 일어났던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으로 인류의 생산 활동의 일부가 기계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인류는 기계와 증기 내연의 도움으로 생산성을 높였고 이동거리를 마차보다 더 길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19세기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발명으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대량 고용효과를 가져왔다. 제1, 2차 산업혁명은 대량 생산만큼 대량 고용을 유발했다. 고용 대상도 주로 작업 현장의 근로자 중심인 사회의 부가 하층에서 상층으로 모아지는 피라미드형이었다. 두꺼운 중산층을 만들어 냈다. 근로자 중심인 노동자 전성시대였다.

전자와 정보가 중심이 되어 일어난 20세기 제3차 산업혁명은 흔히 ‘디지털 혁명’이라고도 불린다. 기계와 전기가 이끈 산업사회를 디지털화로 바꾸면서 노동력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현장 근로자에서 흰색 셔츠와 넥타이 부대로 무게 중심이 이동됐다. 기계와 전기를 결합해 인간이 제어해 왔던 조정 기능을 전자와 정보로 대체하면서 생산이 자동화되기 시작했다. 넥타이 부대 중심이었다고 하지만 부의 편중이 신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소수그룹이 독점하는 시대를 만들었다. 화이트컬러를 뛰어넘는 골드컬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산업의 매출과 소득은 분명 늘어났지만 분배는 소수에게 집중된 불평등 사회를 만들었다. 중산층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진전되고 어떤 변화를 건설 산업에 던져 줄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은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규모와 속도, 혁신의 크기가 상상 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디지털 혁명에서는 바이오와 전자, 정보, 그리고 건물이나 집, 도로와 교량 등이 사람에 의해 연결되고 조정되는 세상이었다. 독립성이 강했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은 흔히 초연결사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익숙하지 않은 초연결사회에 열광하는 극소수의 사람이 있는 반면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 올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다수의 학자들도 있다. 새로운 일감은 분명 늘어나겠지만 생산을 위해 투입돼야 할 일자리는 오히려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늘어난 일감으로 인해 창출된 부는 디지털시대보다 더 극심하게 특정 소수인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피라미드형 배분 구조가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양분화 시켜 중간허리를 아예 없애게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우세하다. 사회는 초연결로 가지만 그 속에 사는 인류는 단절이 되는 극단적인 불균형 사회는 전혀 새로운 산업과 사회, 그리고 생산 활동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건설은 어떤 관계로 발전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건설도 산업에 속하는 영역인 것만큼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건설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디지털에 영향을 받아왔다. 전자나 자동차, 조선산업 등에 비해 속도가 느렸고 범용성이 떨어졌을 뿐이다. 건설만의 특성이 제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전혀 다른 생산성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지식과 해본 경험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상을 보는 눈과 해석하는 머리가 달라져야 함을 시사한다. 경영과 기술, 산업과 기업, 기업과 기술자 등에 지금까지 익숙해져 왔던 모델이 아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국내 시장과 건설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시각에서 세계 시장과 거대 산업을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건설 산업 내 배타적 업역이나 영역 다툼은 의미가 없어졌다. 다른 산업 및 기술과 협력하고 융합해 전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게 보편화된 생산활동이라고 보면 건설에도 전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산업 내 활동이 아닌 산업 간 활동으로 무대를 지금보다 훨씬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 간 활동에는 당연히 경쟁 상대도 산업 울타리가 더 이상 의미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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