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권이든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정 장악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 틈새를 타고 불법과 편법, 부당과 불공정 등 사회 기강을 좀먹는 행위는 점점 수위를 높여가게 된다. 정권의 ‘약한 고리’가 부정의 ‘악한 고리’를 키우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정책들은 정권 후반기 불공정 근절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얼마 전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의지를 밝혔다. 불공정 행위를 신고한 하청업체를 상대로 보복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 곧바로 공공입찰 참가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하도급 대금을 떼이는 등 불공정 행위를 당해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하는 ‘벙어리 냉 가슴앓이’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공정위가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익명제보센터’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지난 1년간 익명제보센터에 신고된 건수는 70여건이며 이중 33건, 65억원을 해결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제 하도급 불공정 사례가 비단 이것뿐이겠는가. 익명조차도 못미더워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신고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점은 건설 산업의 수직적 먹이사슬 관계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은 바로 갑(甲)질 보복행위에 대한 우려를 차단해 익명제보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어서 앞으로 그 결과 기대된다.

공정위는 또한 지난달 28일부터 건설업종 하도급 대금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직권조사는 대한전문건설협회가 그동안 누차 건의해온 유보금 명목의 대금 미지급에 초점을 맞춰 실시된다. 물론 추가·변경 위탁 시 하도급 계약 서면 미발급 및 대금 미정산 행위 등 하도급 대금 미지급 전반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서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단 한번이라도 대금 미지급 혐의가 있는 원사업자 비율은 33.8%로 나타났다. 2014년의 39.1% 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1만9503개 중소업체에게 2282억 원의 미지급 하도급 대금이 지급되도록 조치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하도급 대금 미지급 관련 불공정 행위 근절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어 조사 자체는 물론 조사 후의 사후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바로 잡으려는 태도는 정권 후반기 전반적으로 맥이 빠지는 분위기를 일신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것이다. 이는 또한 중소기업들의 벙어리 냉가슴 앓이와 울며 겨자 먹기 고통을 누차 얘기해온 정재찬 위원장이 남은 정권의 길고 짧음을 떠나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떤 조치든 강한 실행력이 뒷받침 될 때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들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고 저돌적 행동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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