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인 것일까. 최근 부동산시장을 보면 볼수록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마지막 남은 장작까지 모조리 태우듯 활활 타올랐던 분양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입주 대란’에 직면할 조짐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부동산시장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면서 부동산 거래가 감소세다.

특히 기존 매매 거래보다 분양권 거래 시장이 특히 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2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던 위례와 화성 동탄2 신도시 등 청약 ‘블루칩’ 지역조차 작년 말부터 분양권 매수 문의가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전국적으로도 분양권 매물은 쌓이고 수요는 줄면서 웃돈 없이 살 수 있는 ‘무피’ 단지와 분양가 이하 매물도 계속 쏟아지는 판국이다.

기자가 사는 곳 인근 아파트 단지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입주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됐지만 단지를 밝히는 불빛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 단지는 작년 부동산 경기가 호조일 때 분양권 웃돈이 4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올해 초부터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해 분양권 가격대 매물이 상당수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분양권 매물이 급증한다는 건 잔금을 치르고 직접 거주하겠다는 실수요보다 전매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분양권 매물 과잉은 신규 아파트 단지의 입주율과 시세, 오피스텔의 경우 월세를 떨어뜨리는 초대형 악재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잔금이 입금되지 않아 현금 유동성을 둔화시켜 회사 재무 구조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잔금 여력을 보유한 분양자의 경우 원하는 웃돈에 분양권을 팔지 못하면 입주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입주 예정자들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대출규제 완화 등 정부의 과감한 부양책으로 분양시장이 탄력을 받자 뒤늦게 전매 수익을 노리고 충분한 자기자본 없이 뛰어든 결과 역풍을 맞기 일보직전인 셈이다.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는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업계 안팎에서 적잖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원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칫 ‘버스(정상 공급)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 지난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급은 52만가구였고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은 34만가구로 예상된다. 둘 다 2000년 이후 최대다. 내년에도 아파트만 32만가구가 입주한다는 부동산정보업체 분석도 나왔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분양 후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1~2년이다. 과잉공급 여파로 올해부터 미입주가 차츰 쌓이기 시작해 내년이 미입주 대란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입주 사태로 입주 예정자들과 건설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가계와 건설사의 손실은 물론 갈등에 대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 등 출혈이 상당했다.
 
반론도 있다. 중대형 중심이었던 2000년 중반 분양시장과 달리 전세가 급등으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중소형 주택구입으로 전환됐고 전세가율이 70%를 넘어 전세주택 활용 가능성이 높아져 미입주 대란은 없을 것이란 논리다. 경기 사이클이 큰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올해를 미입주 대란 원년으로 확언하기는 섣부르다. 하지만 공급과잉이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부동산시장에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경제가 더 골병들지 않도록 정교한 처방전이 나와야 할 절박성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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