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질서의 개선에도 불구 아쉬운 점들은 여전히 있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 다할 것”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 제정·시행된지 어언 31년이 지났다. 어찌 보면, 하도급거래는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 수 있다. 즉, 당사자까리 직접 사인해서 체결한 계약은 계약 내용 그대로 철저하게 준수되는 것이 원칙이고, 혹여 그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느 한 쪽이 피해를 보았다면 그 부분에 대해 민사적 책임을 물게 하면 된다. 실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불공정 하도급거래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굳이 하도급법을 도입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개입하도록 했던 이유는 우리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질서가 워낙 뿌리 깊어 이 문제를 당사자 간의 민사적 영역에 맡길 경우 해결되기 어렵고 결국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나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하도급법의 엄정한 집행과 경제 질서의 성숙 등으로 인해 우리 하도급 거래질서는 예전의 일방적,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협조적, 수평적 관계로 한층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하도급 거래질서의 전반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하도급법 집행을 담당하는 국장으로서 아쉬운 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증거 부족 등으로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법위반을 가려낼 수 없는 사례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하도급법 집행으로 개별 수급사업자들 입장에서 얼마나 자신들의 애로가 해소되고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간 공정위에 접수된 하도급법 위반행위들의 90% 이상이 대금 미지급, 부당 반품, 부당 위탁취소(계약해지) 등 ‘계약 또는 채무 불이행 성격’에 해당한다. 이러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그 피해를 최대한 신속히 제거해 수급사업자를 구제해 주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법위반의 사전 억제 및 재발방지를 위한 엄정한 법집행 노력과 병행해 수급사업자들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해 분쟁조정 및 자진시정 면책제도 등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9월에는 ‘하도급거래공정화지침’을 개정해 분쟁조정을 통해 우선 처리할 수 있는 신고사건의 범위를 ‘원사업자의 매출액 1조5000억 미만’으로 약 2.5배가량 확대한 바 있다. 특히, 하도급대금 관련 사건의 경우에는 원사업자의 매출액 기준에 구애받지 않도록 했다.

올해 3월에는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분쟁조정 기한을 최대 60일에서 90일 이내로 연장하고, 소회의를 도입하는 한편, 분쟁조정이 성립된 사안에 대한 시정조치 면제는 그 이행이 모두 이루어진 후에 하도록 개선해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도록 하였다.

분쟁조정 외에 보다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하도급거래공정화지침’ 개정을 통해 공정위 조사개시 전에 자신의 법위반 행위를 스스로 시정하고 수급사업자들에게 피해구제 조치까지 완료한 사안은 하도급법상 모든 제재조치를 면제해 주고 있다. 나아가,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1월부터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사업자가 공정위 조사개시 후 3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면 하도급법상 벌점을 면제해주고, 7월부터는 과징금도 면제해주는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개별 수급사업자의 피해구제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공정위가 보다 강력히 제재를 해나갈 필요가 있는 법위반 행위들도 있다. 바로 기술유용 행위와 같이 공익침해형 법위반행위와 보복조치·탈법행위 등 공정위 법집행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법위반 행위, 나아가 상습법위반 사업자와 같이 법준수 문화 자체를 저해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법위반 행위들에 대해 시정명령, 명단공표, 과징금, 고발 등 강력히 제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감시를 강화하고 엄중하게 제재해 나갈 방침이다.

수급사업자가 정작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공정위가 하도급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자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항상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와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내실 있게 반영해 나가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끝으로,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제때 제대로 지급받는 것만큼이나 하도급업체 또한 자신과 거래하는 보다 열위한 위치에 있는 업체들에 대해 임금·대금 체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도 또한 중요하다. 이렇게 발주자부터 최하위 거래단계 사업자까지 건강한 하도급거래 질서를 형성해 나가기 위해 각 거래주체와 정부가 합심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 경제가 당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일 것이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