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30분 몇 번의 뒤척임 끝에 힘겹게 눈을 뜬다. 세수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주요 기사들을 읽은 후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선다. 7시30분 버스를 타고 20분 걸리는 지하철역에 도착. 곧 들어온 지하철을 타고 환승 후 9시 전에 회사에 가까스로 도착한다. 오전부터 심장을 무지막지하게 죄어오는 업무에 짓눌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오후 10시까지 파김치가 되도록 야근을 한 후 집에 돌아오면 11시30분. 녹초가 된 몸에 휴식이 간절한 건 인지상정. 하지만 침실, 거실, 주방, 자녀방 등 기능에 따라 정확히 구획된 아파트 공간과 그에 맞춘 인테리어 하에서 찰나의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이처럼 삭막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도시인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게 무얼까.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를 떠올리겠지만 주거 트렌드에서는 테라스를 갖춘 집이 해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실내에서 직접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방의 앞면으로 가로나 정원에 뻗쳐 나온 곳. 일광욕을 하거나 휴식처, 놀이터 따위로 쓴다’. 포털 국어사전에 나오는 테라스의 정의다. 그간 대한민국 주거지는 한옥, 단독주택, 아파트라는 흐름이 변천사의 큰 축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테라스를 갖춘 아파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많은 수고를 들여가며 33㎡(10평) 남짓한 테라스에 화분을 놓고 해먹과 인조잔디를 설치하는 등 안락한 쉼터로 꾸미기 위한 노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테라스 있는 아파트를 위해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의 서향과 북향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면 그 열풍이 가히 짐작된다.

테라스를 갖춘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공동주택이지만 단독주택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 이는 아파트의 편리함을 누리는 동시에 전원생활의 휴식과 여유의 유사 체험, 가족과 함께하는 다정한 시간을 원하는 도시민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다.

테라스 주택의 미래 가치는 어떨까. 한 경제신문이 테라스하우스 인기 전망에 대해 부동산전문가 10명에게 설문한 결과 7명이 ‘상승’이라고 답했고, 3명은 ‘지속(현재 수준)’을 꼽아 미래 가치를 높게 봤다. 또 지난해 말 국토연구원이 국민 1590명을 대상으로 거주 희망 주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타운하우스 및 테라스하우스에 살겠다’는 응답은 15.8%에 달했다. 현재 ‘타운하우스 및 테라스하우스에 살고 있다’는 응답자는 1%도 안 됐다. 두 설문 조사에서 테라스하우스가 미래에도 경쟁력을 있음이 확인된다.

다만 테라스를 갖춘 아파트를 살 때 테라스라는 상품성만 보지 말고 입지 선택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때 인기였던 타운하우스가 시들해진 이유가 입지에 있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분양가격대가 일반 아파트보다 더 높다는 단점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서비스 면적이라고 홍보되지만 테라스 유무에 따라 분양가가 1억원 차이가 난다는 건 테라스가 분양가에 포함됐다고 보는 게 더 맞다.

당장 테라스하우스에 살며 삶의 여유를 누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다면? 그땐 구입자금을 마련할 때까지 열심히 돈을 벌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녀들의 해맑은 웃음으로 힐링하는 수 밖에.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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