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서 즉각 약발을 발휘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7월1일부터 바로 시행됐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뛰고, 프리미엄 등을 노린 투자 수요가 과열되는 상황을 제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올해 들어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자칫 강남발 아파트값 상승이 타 지역 주택가격에 영향을 끼쳐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침 7월8일 견본주택을 연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스’(개포주공3단지 재건축)가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건설은 중도금 대출 규제 시행 하루 전인 6월 30일에 강남구청에 분양 승인을 접수했는데 서류 미비로 퇴짜를 맞았다. HUG의 분양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서다. 이 단지는 총 1320가구 규모다. 이 중 69가구가 일반분양 몫이다. 전체에서 겨우 5.2%에 불과한 물량 때문에 재건축 일정에 제동이 걸린 꼴이다.

재건축 조합 측도 성의는 보였다. 조합은 규제 시행에 앞서 분양가를 두 차례 인하, 3.3㎡당 4500여만원에서 4300만 원 대로 낮췄다. 그런데도 승인은 아직 기약이 없다. 분양가를 더 낮추지 않으면 해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단 1세대라도 분양을 허가받으려면 HUG의 보증 서류가 필수다.

마냥 분양을 미루고 기다린다? 불가능하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조합과 현대건설은 분양가를 더 낮출 것이다.

정부의 고가 아파트 분양을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 읽히면서 다른 재건축 단지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GS건설이 시공하는 방배3구역, 대림산업의 잠원동 신반포5차 등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 조사에서는 대출 규제의 효과가 보인다. 부동산114는 7월 2주차(15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0.31% 올라 1주 전인 8일의 0.45%에 비해 상승률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더 떨어져야 한다.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는 해도 너무한 수준에 이르렀다. 송파구의 경우 현 정권이 출범한 4년 전에 비해 무려 6배 가까이 올랐다니 말이다.

최근 만난 국토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의 최대 정책 목표는 이런 집값을 급등락 없이 일정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끌고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강남권이 마치 다른 나라인 것처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고, 집값 관리가 어렵지만 현 정부는 가용한 정책 수단과 방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주거 안정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관리’는 정말 어렵다. 규제의 타깃이 된 강남권 외의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에 청약자와 부동자금이 더욱 몰리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그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토지와 상가, 오피스텔 등에도 여전히 많은 돈이 돈다. 저금리 때문인데, 언제까지 이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부동산 과열이라는 ‘버블’은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가시화하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정부의 추가 대응이 요구된다. 강남권 재건축 분양가가 잡혀간다고 안도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주택 시장이 건전한 실수요 위주로 완전히 재편될 때까지 정부는 더 다양하고 유효한 조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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