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하자면, 건설업에 대한 한국사회의 평가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건설업과 건설인이 경제와 산업 발전에 매우 큰 기여를 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건설업이라고 하면 부정부패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두 명의 재판관이 “특별법으로 부정부패를 처벌할 정도로 공공성이 강조된 민간 영역의 직군들, 예를 들어 건설산업기본법의 ‘건설 직군’이나 변호사법의 ‘변호사’ 등은 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위헌의견을 낸 것은 이런 시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김영란법 제정의 직접적 동기도 건설업이었다. 2011년 한 검사장이 지방의 한 건설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업무관련성·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같은 무렵 소위 ‘벤츠 여검사’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받아 업무관련성·대가성이 없는 뇌물 수수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이 법이 제정됐으며 마침내 시행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논의를 뒤집어 생각하면 김영란법은 건설업의 환골탈태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10조원에 육박했다. 하루 평균 270억원 꼴인 이 접대비에는 건설업계의 1조원도 포함되어 있다. 소위 ‘총알’이라고 불리는 현금성 비용(한 업체에서는 매출액의 5% 정도라고 털어놓았다)은 별도다. 건설업계의 접대비는 식사비 외에 골프나 해외여행, 선물, 상품권 등 다양한 형태로 지출된다. 

보도에 따르면 한 엔지니어링 업체는 연 매출이 2000억원 정도인데 최근 4년 간 무려 46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기술 개발이나 종업원 복지에 사용할 수 있는 돈 110억원이 매년 영업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부정부패의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많은 건설업체들이 골프장을 거느리고 있는 것 역시 접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새롭지는 않다. 

김영란법은 이런 사회적 부조리를 축소하는 한편 사업자들에게는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덜어주게 될 것이다. 건설업계 역시 다른 분야처럼 당분간은 혹독하고 힘든 적응기간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적응기간을 거치면 깨끗한 기업생태계가 조성돼 ‘쓸데없는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사업하는 즐거움과 기쁨이 보상으로 돌아오리라고 기대되는 것이다. 

정부 역시 할 일이 없지 않다. 발주자들이 공정한 경쟁 규칙을 적용하고 있는지, 불합리한  내부 규제를 통해 정말 경쟁력이 있는 업체는 밀어내고 특수 관계인-예를 들어 퇴직자들이 조직한 업체 등에 일을 몰아주려는 것은 아닌지 등을 가려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뒤따라야만 김영란법은 살아 있는 법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