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부쩍 많이 눈에 띈다. 과학기술계와 경제계는 물론이고 정치계와 인문사회학계까지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한다. 왜 갑자기 4차 산업혁명일까. 글로벌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8년간 계속된 지독한 불황에 그로기 상태다.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불황은 계속되니 돈은 아닌 것 같고, 또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혹시 기술혁명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졌을 때 기술혁신은 종종 위기탈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4차 산업혁명이란 글자 그대로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는 뜻이다. 산업혁명은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향상된 시기를 기준으로 나눈다.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1차, 19세기 후반 전기와 자동화로 이뤄진 혁신이 2차, 20세기 후반 컴퓨터 정보화로 인한 산업혁신이 3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에 물리학, 생물학 등을 융합시킨 차세대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정의는 쉽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모호하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위도 넓고 포괄적이다. 다만 자율주행 자동차, 무인 드론, 3D 프린팅,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유전공학, 합성생물학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추측만 존재한다. 포켓몬고 열풍으로 부쩍 관심을 일으킨 AR(증강현실)이나 VR(가상현실)도 역시 후보자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먼 미래,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볼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자동차를 2021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5년 뒤면 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동차를 실제 도로 위에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2025년까지는 사람들을 화성에 보내겠다”고 공언한 사람도 있다. 스페이스 X의 CEO이자 테슬라모터스의 CEO인 엘런 머스크다. 앞으로 9년 뒤다. 이미 드론은 일상화됐고, 금융회사들은 로봇어드바이저에 기대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바둑의 최고수를 꺾었다. 스마트폰이 불과 2~3년 만에 2G폰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연 것을 생각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을 쉽게 볼 수는 없다. 몇 개의 기업은 글로벌기업이 될 것이고, 반대로 몇 개의 글로벌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 건설산업의 흐름은 좀 답답하다. 큰 흐름에서 비켜나 있는 기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핫이슈는 아파트 분양, 주택 임대사업, 재개발 등이다. 업계전략이 수익성 우선으로 바뀌면서 불확실한 사업의 수주는 멈칫거리는 인상이 짙다. 초고층빌딩, 신공법, 초대형 프로젝트 등의 용어는 사라졌다. 이런 현상이 생존과 장기불황을 피해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면 다행이지만 불황에 순치해 버린 것이라면 문제가 크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 도래했을 때 우리 기업이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프라 시장에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자율주행차량에 걸맞는 도로 인프라가 필요하다. 사물인터넷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건물과 시설들이 필요하다. AR이나 VR도 마찬가지다. IT와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건축이 필요하다. 

이런 분야에서 성장세가 눈에 띄는 기업이 중국이다. 중국은 초고속열차, 태양광발전, 드론 등에서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낮은 임금과 높은 수준의 기술력은 각종 대형사업의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건설업은 3차 산업혁명 시대, 당당한 주인공이었다. 중동을 시작으로 잇달아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거기에는 무한한 도전정신이 뒷바탕이 됐다. 또 세상은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한국 건설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경항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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