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입법과정은 공정(公正)해야만 한다.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일방의 의견을 치우쳐 반영하면 그 법은 그 자체로 편법과 불법의 음습한 토양이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 어떤 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그 법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두루 경청해 충분히 반영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정동영 의원(국민의당·국토교통위)이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를 찾아 신홍균 회장 등 업계대표들과 가진 간담회는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정 의원은 직접시공 의무비율을 법으로 직접 규정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발의에 앞서 전문건설업계의 의견을 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뒤늦게라도 또 다른 이해 당자사의 의견을 들으러 찾아온 것은 그마나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있다. 

간담회 자리에서 정 의원은 “직접시공제 확대가 전문건설업체 물량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설노동자에게 공사비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홍균 회장은 “대부분의 종합건설사들은 수주와 관리 능력만 있고 직접 시공능력과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종합건설업체에게 법으로 직접시공을 맡기는 것은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전문건설의 일감 감소로 생존권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말이지 종합건설업체 가운데 직접시공 능력과 체계를 갖춘 곳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당수의 종합건설업체는 문자 그대로 ‘수주(受注)브로커’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수주브로커에게 멍석을 깔아줘 전문건설업체의 일감을 빼앗기 위해 직접시공제를 확대한다는 말인가.

신홍균 회장이 직접시공제 확대보다 분리발주나 주계약자공동도급제 의무화가 문제해결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건의한 것도 바로 ‘수주브로커 온상 현상’을 막자는 것이다. 실제 시공능력을 보유한 전문건설업체들이 직접 수주를 받는다면 하도급에 따른 공사비 삭감과 그로 인한 건설노동자에 대한 공사비 미지급도 현저하게 줄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 산업의 생산체계에서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은 따로 있는데 공연히 긁어 부스럼만 만들고 있는 격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건설 노동자의 숫자에만 현혹돼 ‘건설 포퓰리즘’에 빠져드는 건 아닌지 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직접시공제 확대를 주장하는 측은 툭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안전문제’를 들고 나온다. 마치 전문건설이 시공을 잘못해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안전사고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세계 어느 공사장에서도 하도급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경우는 없다. 여기서도 불공정 하도급에 따른 공사비 삭감 등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접시공제 확대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은 결국 수주브로커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래서는 올바른 건설 생산체계와 건설안전이 설 땅이 없게 된다. 올바르지 않으면 반드시 꼬꾸라진다. 입법이 공정해야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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