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지난 추석 때 지역구에서 가장 자주 들은 이야기는 “제발 경제 좀 어떻게 해봐라”라는 것이었다고 여러 신문이 전했다. “IMF 때보다도 어렵다”는 말을 듣고 온 의원도 있었고, “저축할 돈도 없고 저축해도 미래가 없다는 답답함만이 팽배해 있다”고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전한 의원도 있었다. 쌀값 폭락, 콜레라 파동,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등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면서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한 지역구민들 앞에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는 의원들도 있었다. 여기에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경주 지진 여파까지 겹쳐 민생은 사실상 ‘절망과 포기’의 수준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에 대한 절박함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지만 불행히도 경제가 나아질 기미는 현재로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경고음만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악재 3종 세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폭발 일보 전의 상황에 처한다는 경고이다. 

여기에 더해, 대선을 염두에 둔 여소야대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 관료들의 무능력과 무책임한 정책 집행 등도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천 타천 대선 후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거의 최저 수준이다. 한 경제전문지가 추석 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일호 경제 리더십에 대한 평점은 C였다. 반년 전 B에서 중간 수준 이하로 하락했다. 해운 및 조선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대책 수립 및 집행, 노동개혁 등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운업 구조조정은 매머드급 부작용만 양산한 것이 저평점의 원인이다. 효율적이고 매끄러운 위기 타개를 기대했지만 수십조 원에 이르는 물류대란과 수십 년 공들여 쌓아온 해운네트워크라는 무형자산을 한순간에 바다로 흘려보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책임은 아무도 지려 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으니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달라진 경제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정책 대응과 산업 전략의 대변환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민망할 지경이다. 수출과 제조업에만 매달리는 전통적인 경제 전략으로는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갈 수 없음은 이미 오래전에 확인된 사실인데도 이를 대체할 서비스산업 활성화와 민간소비 증대 방안은 구체적으로 실천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곧 시작될 국정감사는 이런 걱정을 부채질할 것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정치인들의 다툼은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는 뒷전에 내팽개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은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고용창출에 앞장서 달라는 국민들의 호소와 여망을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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