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안면도

뉘엿뉘엿 낙조에 맘 비우고 펄떡펄떡 대하·꽃게·전어로 배 채우다

서해안의 가을은 풍요롭다. 살찌워 먼 바다로 나서는 대하부터 제철 맞은 전어와 꽃게까지. 들썩이는 바다와 더불어 하늘은 높아지는 지금, 괜히 쓸쓸해진다면 홀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바다냄새 실컷 맡으며 멋진 낙조와 자연산 대하까지 맛보러 충남 태안 안면도로 떠나보자.

태안 여행은 안면대교를 사이에 놓고 크게 남부 안면도와 안면도 외의 태안으로 나뉜다. 안면대교가 이 둘을 잇는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같은 ‘태안’에 속하지만 섬과 반도의 거리가 제법 되니, 동선을 생각해서 움직여야 한다.

이번 태안 여행의 중심은 안면도다. 여기에 서산 간월암을 더할 예정이다. 먼저 간월암 물때를 확인하고 여행 동선을 짜면 수월하다. 간월도 구경은 해면이 가장 낮은 간조시간을 전후로 1~2시간 정도 가능하다.

만약, 간월도 구경보다 ‘낙조’가 이번 여행의 포인트라면 ‘어디서 낙조 구경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간월도와 꽃지 둘 중 하나를 택해 동선을 잡으면 된다. 둘 다 서해안 낙조 포인트로 알아주는 핫스팟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태안으로 들어서는 길목이자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서산·홍성·보령까지 더해보는 것도 좋겠다. 천수만 이웃에 자리한 홍성과 보령은 서산방조제를 건너면 수월하게 닿는다.

간월도에 들어서자 탁하다고만 생각했던 서해가 푸르다. 어디선가 보았던 초록빛 바다와도 닮았다. 간월도 부근에는 굴요리 전문점이 많다. 실한 영양굴밥으로 허기진 배 좀 채우고 간월도를 벗어나 안면도로 가보자. 안면대교를 건너자마자 백사장항에 닿는다. 이름처럼 고운 백사장항에서 꽃지까지 모래밭과 해안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

가을을 맞아 서해안에는 먹거리 축제가 가득이다. 안면도 백사장항과 천수만 건너 마주한 홍성 남당항에서는 대하축제가 한창이다. 포구를 따라 대하 전문점이 즐비하다. 집 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와 꽃게도 살이 올랐다. 가게마다 먹음직스러운 꽃게·대하·새우튀김 등으로 길손들을 유혹한다. 올해 축제는 이달 30일까지만 진행된다고 하니, 싱싱한 대하를 맛보고 싶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백사장항에서 꽃지로 향하는 길. 백사장해수욕장~삼봉해수욕장~안면도해수욕장 등이 이어진다. 안면도의 수많은 해안과 항구 중에서도 꽃지 해안 낙조는 서해안 3대 낙조로 꼽힐 정도로 알아준다. 그중 최고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라 불리는 한 쌍의 갯바위는 전쟁에 나간 지아비를 평생 기다리다 바위가 됐다는 가슴 아픈 전설을 품고 있다. 물때를 맞춰간다면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까지 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여기에 3km 정도 되는 백사장 산책까지 더하면 느긋한 낙조 감상이 된다. 갯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을 바라보니 쓸쓸했던 마음이 한층 포근하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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