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오서산 억새군락지

전국 5대 억새 명소… 정상에 서면 서해의 섬들이 점점이

가을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전국 곳곳은 이미 농익은 단풍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화려한 단풍구경도 좋지만 올 가을, 가을바람 서걱거리는 은빛 억새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억새 군락 너머, 황금 들녘과 서해안을 물들이는 노을은 덤. 장항선 열차에 몸을 싣고 충남 보령 오서산 억새 군락지로 성큼 들어가보자.

선선한 가을바람에 은빛으로 한들거리는 억새가 여행자를 유혹한다. 충남 보령, 홍성, 청양에 걸쳐 있는 오서산은 10월 초부터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경기 포천시 명성산, 강원 정선군 민둥산, 전남 장흥군 천관산, 울산 울주군 사자평 억새길과 더불어 전국 5대 억새 명소로 꼽힌다. 오서산 능선에 순하게 펼쳐진 억새 군락은 보령8경 중 하나다. 멀리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 외연열도의 풍경까지 품었으니 능선에 오른 순간 보령8경 절반의 비경을 한 번에 보는 셈이다.

오서산 억새 군락지로 가는 들머리로는 산림문화휴양관 왼편의 숲체험로를 추천한다. 관리사무소에서 월정사 방면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 가장 빠르지만 숲체험로에서 월정사로 이어지는 길이 더욱 운치 있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니 여유 시간을 두고 오르는 게 좋다.

숲체험로는 완만한 흙길이다. 서어나무, 고욤나무, 팽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아직 초록색이 만연하지만 밤송이와 쌓여 있는 낙엽 덕에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20분쯤 오솔길을 지나 목탁 소리가 가까워질 때쯤 월정사에 닿는다. 작은 암자 곳곳에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철제계단을 지나고 능선에 올라 통신중계탑이 보이면 오서산 정상이 코앞이다. 여기서부터 억새가 우거진 능선길이 약 2km 이어진다. 오솔길 양옆으로 키 만큼 자란 억새가 호위하듯 길을 터주고, 매서운 바닷바람에 쉴 새 없이 물결치는 억새 군락이 장관을 연출한다. 10월 초부터 피기 시작하는 억새는 10월 중순부터 더욱 희고 풍성한 꽃을 피워 내며 절정에 이른다.

오서산에서 억새 못지않게 유명한 볼거리는 이맘때 황금들녘 뒤로 저무는 낙조다. 낮에 은빛으로 반짝이던 억새는 저녁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다. 정상 비석에 새겨진 ‘온갖 시름에서 벗어나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는 글귀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단, 가을철에는 해가 짧으니 되도록 빨리 내려가는 편이 좋다.

들판 너머로는 보령방조제에서 서해로 흘러드는 강줄기도 한눈에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점점이 떠 있는 외연열도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더욱 극적인 풍광을 원한다면 정상에서 1km 정도 능선을 따라 오서정까지 가보길 권한다. 너른 전망 데크가 놓여 있어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여유가 있다면 오서산자연휴양림에서 하루 묵어가도 좋겠다. 명대계곡을 끼고 울창한 숲속에 자리해 호젓하게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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