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묻지 않은 숲… 마음 씻는 계곡 물소리… 바위 위에 앉은 정자
“선경이 있다면 예구나”

깊어가는 가을, 벌써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겨울이 오기전 마지막 가을 여행지로 예천 초간정 원림은 어떨까. 계곡과 함께 어울린 초간정의 풍광을 보면 그 누구라도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북 예천군에 위치한 초간정 원림은 가히 조선 시대 명승이라 불릴만 하다. 계곡, 암석, 소나무 숲 등이 초간정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정원이 아닌, 주위 환경을 정원의 요소로 삼은 전통 원림이다.

초간정을 향해 직진하기보다는, 천천히 에둘러 들어가며 정자와 주위를 먼저 감상하는 것이 좋다. 우측의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돌면 초간정 입구지만, 먼저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는 초간정 원림으로 내려간다.

계곡 앞 너른 터에 빼곡하지는 않지만 수령이 족히 200년은 돼 보이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서 있다. 군데군데 의자도 있어 계곡 너머 초간정을 바라보기에 좋다. 정자는 숲을 바라보고, 숲은 정자를 바라본다. 의자에 앉아 한참 초간정을 바라보며 계곡물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계곡으로 내려가 초간정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소나무 원림과 작은 계곡, 그리고 기암 위의 정자 한 채. 소나무와 누정이 하나의 자연으로 어울린 초간정의 숲이 우리를 반긴다. 초간정 밖에서 초간정을 바라보는 전망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메인요리를 맛보기 위해 정자로 올라가 보자.

바위 각자 옆 돌계단을 올라 초간정의 출입문 앞에 선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소박한 문이지만, 초간정의 문은 지체 높은 여인의 가채처럼 기와지붕을 멋스럽게 올렸다. 문으로 들어서자 아담한 정자에 ‘초간정사(草澗精舍)’라는 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청에 오르자 초간정의 기둥과 기둥 사이 사이로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난간 아래에는 작은 기암괴석이 솟아 있고, 바위 사이로 작은 계곡물이 초간정 우측을 감싸며 흐르고 있다. 초간정 마루에 잠시 앉아 계곡 소리를 배경음 삼아 소나무 원림을 바라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한국의 전통 정원의 특징은 자연에 인공의 미와 기술을 가하되 인위적 변형을 최소화 함으로써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자연의 일부로 짓는다는 것이다.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로 그 안에 더불어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담장 아래로 구멍을 크게 내서 계곡물이 흐르게 한 소쇄원의 오곡문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이곳 초간정도 마찬가지다. 바위 위에 정자 하나를 얹었을 뿐, 주변을 인위적으로 손댄 흔적은 찾기 힘들다. 담장도 침입 방지의 목적이 아니라, 사람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을 구분 짓는 최소한의 경계일 뿐이다.

초간정 문으로 나가면 집 앞 작은 소나무 숲을 또 만난다. 숲을 지나면 출렁다리다. 다리 중간에서 보는 계곡의 경치가 꽤나 수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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