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품고 소원 풀어볼까

 

겨울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벽공기도 제법 차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엔 뭔가 아쉽다. 그렇다면 올 가을이 다 가기 전, 가을 산행길에 올라보는 건 어떨까. 수려한 풍경과 맑은 공기를 양껏 즐기다 보면 어느새 추위는 싹 달아나 있을 것이다.

충북 충주에 있는 여러 산 중 외지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이른바 ‘천·지·인 삼등산’이다. 각각 천등산, 지등산, 인등산의 머리글자를 따 부르는 이름이다.

세 산은 높이에 견줘 산세가 제법 험한 편이다. 골짜기도 깊다. 그 탓에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길 때마다 피난처로 곧잘 이용됐다. ‘삼등산을 모두 넘으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은 이런 이유에서 생겼을 것이다. 세 산의 간격이 꽤나 넓어, 종주산행을 하기 보다는 각각의 산을 따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천등산은 높이 807m의 제법 험한 산이다.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에 위치하고 있다. 산행 기점은 다릿재다. 충주 삼척면과 제천 백운면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고개다. 다릿재 높이가 해발 374m이니 433m 정도 고도를 높이면 천등산 정상에 닿는 셈이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살짝 비켜선 덕인지 다릿재 가는 길은 더없이 호젓하다. 다릿재에서 시작되는 천등산 등산로의 전체 길이는 1.8㎞ 정도. 들머리에서 소봉까지 0.9㎞, 소봉에서 천등산 정상까지 0.9㎞의 단순한 구조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대부분 낙엽활엽수다. 가을철 단풍 든 모습이 장관이다. 갈참나무, 신갈나무, 참나무 등이 주를 이루고 박달나무, 단풍나무 등이 드문드문 섞였다. 다른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위지대나 너덜지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 덕에 오르기 수월한 육산이란 평가를 받는다. 천등산 정상은 지름 4~5m의 평평한 원형이다. 의외로 좁은 공간에서 사방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인등산과 충주 일대, 월악산 영봉, 그리고 치악산 등이 눈에 들어온다.

지등산은 동량면 조동리에 있다. 그리 높지는 않아도 정상 부근은 제법 뾰족하고 숲도 깊은 편이다. 발아래로는 충주호와 충주댐이 펼쳐진다. 이 때문에 산에서 굽어보는 풍경은 외려 인등산보다 낫다는 이들도 있다. 산행 들머리는 동호가든이다. 윗골말을 지나 정선 전씨 가족묘 위쪽의 숲길로 곧장 오르면 된다.

인등산 들머리는 삼탄역이다. 충북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동량역과 공전역 사이에 있다. 위 쪽의 광청소여울, 소나무여울, 그리고 아래쪽 따개비소여울 등을 뭉뚱그려 삼탄이라 부른다. 충주시에서 지정한 유원지라고는 하지만, 변변한 놀이기구 하나 없는 소박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삼탄교에 서서 강이 연출하는 풍경의 파노라마를 관람하는 맛이 각별하다. 왼쪽 인등산 아래로 충북선 열차가 거친 숨을 내쉬며 달려가고, 이제껏 좁은 협곡 사이를 지나왔던 강물은 폭을 한껏 벌리며 남한강 특유의 장중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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