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꼽히는 하회마을을 살펴볼 때 빼놓으면 아쉬운 두 가지가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와 부용대에 올라 바라보는 하회마을 전경이다. ‘탈’을 쓰고 ‘무탈’을 기원하던 선조들을 따라 별나고 특별한 ‘굿’을 즐기러 하회마을로 떠나보자.

전통사회에서 지역공동체를 아우르던 축제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12세기 중엽부터 펼쳐지던 탈놀이다. 동시에 마을의 안녕과 대동, 풍년을 기원하기 위한 마을 굿이었다. 마을을 지키는 신을 북돋워 주며 노여움을 풀어 주기 위해 일정 기간마다 펼쳐진 특별한 굿이 바로 별신굿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이런 신앙적 의미와 더불어 신분제와 농사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해소하는 축제이기도 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21세기인 지금도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다.

반세기도 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직접 탈을 쓰고 했던 한판 난장은 21세기 현대인들에게도 웃음과 풍자, 나아가 위로를 전한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공연이 진행되는 날, 1회만 펼쳐진다. 성수기와 비수기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으니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공연 시간에 맞춰 하회마을을 돌아보는 것으로 동선을 잡으면 된다. 하회마을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부용대를 오가는 배는 오후 5시까지만 운행한다.

갑에 억눌린 민초들의 삶 덩더꿍… 고택과 부용대 절경도 볼만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즐기러 가기 전에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 전경을 만난 후 천천히 하회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조선시대 초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고택이 자리한 하회마을은 지금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재진행형 공간이다. 수많은 고택 중에서도 하회마을이 품은 보물, 양진당과 종택 충효당은 꼭 살펴보자. 하회마을과 화산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병산서원도 빼놓으면 아쉽다. 만대루에서 바라다보는 물줄기와 기암 풍광은 실로 절경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서낭당에서 신내림을 받은 놀이패가 들어서는 ‘무동마당’에서 시작한다. 성황신의 현신으로 받들어진 각시탈은 땅을 밟지 않고 무동꾼 어깨에 올라 등장한다. 이 장면은 마을 수호신을 맞이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어서 펼쳐진 ‘주지마당’에서는 신성하고 무서운 상상의 동물인 주지 암수 한쌍이 격렬한 춤사위로 잡귀를 쫒는다. 탈놀이는 ‘백정마당’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풍자를 통해 사회의 모순과 지배층의 위선을 시원하게 보여 주는 등 우리 조상들의 해학과 풍자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21세기 후손들이 보기에도 헛웃음이 나며 속이 뻥 뚫리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민초들은 얼마나 후련했을까. 적어도 별신굿이 펼쳐지는 보름동안은 신분과 성별, 재산에 관계없이 자유로웠으리라.

억압받는 자들에게 허락된 보름간의 평등한 세상. 이날만이라도 잠시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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