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발생하면 일본은 어떻게 움직일까
2005년 3월20일 일본 후쿠오카현 해역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률이 매우 낮은 지역으로 분류돼 오던 일본 북부 큐슈지역에서 발생해 일본 당국에 큰 충격을 줬다.

지진 발생 직후 후쿠오카현에서 응급피해판정을 했다. 판정은 일반적으로 ‘안전(Inspected)’, ‘요주의(Limited Entry)’, ‘위험(Unsafe)’으로 나눠진다.

응급피해판정은 1985년 멕시코 지진 이후 사용되는 조사로, 건물의 피해여부 보다는 주민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춰 실시된다. 대부분 외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보다 외장재 또는 설비재의 낙하 위험성에 의해 결정된다.

후쿠오카현의 응급피해판정에서 조사자는 건축직 공무원들이었으나 구조적인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다. 지진 직후 건축학회 및 구조기술자협회 회원 등에 의해 개별적인 건축물 피해조사가 이뤄졌으며, 그 결과는 건축학회 구조위원을 중심으로 메일 또는 인터넷을 통해 발표됐다.

이후 일본 건축학회 큐수지부는 지진 발생 일주일 후 피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후쿠오카 시외의 경우 농어촌 지역이 많아 응급피해판정 결과 ‘위험’으로 파악된 곳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졌으며, 후쿠오카 시내의 경우 진원지에서 가깝고 경고 단층이 위치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 건물에 조사가 실시됐다.

일본은 이처럼 2차 재해 방지를 위해 곧바로 재해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지진에 대응한다.

우리나라도 2012년 도입… 실제 운영은 미흡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11년 소방방재청이 ‘지진피해 시설물 위험도 평가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지자체 상황을 반영해 시·도는 지원업무를 중심으로, 시·군·구는 긴급 위험도 평가에 대한 주요업무를 수행토록 2012년에 개정했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사정에 맞게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위험도 평가단은 토목, 건축 또는 안전관리 직무분야의 건설기술자 중 고급기술자, 연면적 5000㎡ 이상의 건축물에 대한 설계 또는 감리 실적이 있는 건축사 등으로 구성된다. 평가단원은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조례를 제정해 놓고 평가단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않은 시·군·구가 많은  실정이다. 경주지진 때 충북도는 조례 제정 작업을 작년 5월 마무리 해놓고도 평가단을 구성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 안전재난관리 담당자는 서울시도 평가단 구성 및 운영에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강서구를 제외하고는 평가단이 제대로 구성된 곳이 없는 것 같다”면서 “중부지방에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겠냐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작용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제2의 경주지진 수도권에서 발생할 수도
한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조사한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보고서에서는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추가령단층의 존재가 눈에 띤다.

지질 전문가들은 중부지방과 수도권을 지나는 추가령단층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활성단층은 나이가 적어 활동 가능성이 크고, 지진발생 확률도 높다. 수도권에서도 경주지진처럼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의미다.

이번 경주지진으로 우리나라는 피해를 입음과 동시에 재난 대응의 소중한 경험도 얻었다. 최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개최한 ‘국토교통 R&D 안전포럼’에서는 지진대응 패러다임을 ‘처방’에서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경주지진의 값진 경험과 재난 대응 선진국 일본의 사례를 적극 수용해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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