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이 또다시 일본을 물리쳤다. 저 멀리 터키의 다르다넬스 해협에서 벌어진 세계 최장 ‘터키 현수교 대첩(大捷)’에서 일본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것이다. 전남 여수와 광양을 연결하는 이순신 대교(1545m)를 건설한 ‘현수교의 달인’ 대림산업과 ‘터키통’ SK건설이 ‘환상의 팀’을 이뤄 일궈낸 쾌거이다.

낭보(朗報)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날아왔다. 대림건설과 SK건설이 주도한 한국 컨소시엄이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7km 현수교와 진입도로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프로젝트로, 주탑 간 거리가 2023m인 현수교가 2023년 개통되면 세계 최장의 글로벌 랜드마크가 된다.

이번 수주는 아베 총리가 진두지휘한 일본의 총공세를 깨끗이 물리쳤다는 점에서 한국 건설의 기술력을 크게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한국 건설업계의 고질병인 ‘저가입찰’ 논란도 불식시켰다. 공사비가 한국 26억8000만 달러, 일본 27억2000만 달러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여기에 보태 민·관이 적극 협력했다는 점도 높이 사줄만 하다. 앞으로 해외건설 수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가수주 출혈경쟁을 물리치고, 민·관이 긴밀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진행돼야함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건설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효자업종이지만 저가수주경쟁과 오일머니의 추락 등으로 최근 활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지난해 수주실적이 282억 달러로 2015년의 461억 달러보다 39%나 급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가 올해 초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인프라 등 해외건설 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해외건설 강자의 자존심을 되찾아야만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요즘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건설 산업은 한국경제의 성장 견인차라는 과거의 명예가 무색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터키 현수교 수주처럼 고부가가치가 결합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중동 일변도에서 탈피해 다양한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건설 한국의 부활은 곧 건설 산업의 부활일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해야 할 건설은 수없이 많다’는 불굴의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