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퇴임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 탄핵심판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탄핵심판 인용을 전제로 4월 말 또는 5월 초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고 있다. 빨라진 대선 시계에 맞춰 여야 대권 후보들도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보유세 인상이 가장 주목된다. 부동산 보유세는 건물·토지 등의 소유에 대한 세금으로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등이 있다.

가장 파격적인 공약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국토보유세. 이 시장은 “전체 토지자산 가격 6500조원 정도에 비해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연간 2조원과 재산세 5조원 정도로 세금을 거의 안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국토보유세를 15조원 걷어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상 시리즈를 국민소득으로 확장시키면서 보유세를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야권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보유세 인상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부동산 보유세가 국제 기준보다 낮다는 논리로 맥락상 이 시장과 비슷하다. 이들 외에도 “실효세율을 0.16~0.33%에서 1%까지 끌어올려 보유세수 12조원을 18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실효세율 2배로 인상”(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보유세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여권 후보들도 보유세 손질엔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보유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거래세율이 높은 구조다.

1가구 1주택인 시민들에게 직접 와 닿는 재산세는 7월, 9월을 납부 기한으로 발송되는 재산세 고지서다. 가계에 다소 부담을 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그렇다고 감당 못할 수준도 아니다. 게다가 종부세 부과 대상 고가 부동산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08년 0.69%에서 2014년 0.53%로 내린 반면 같은 기간 종부세 대상이 아닌 부동산의 실효세율은 0.1%에서 0.12%로 올랐다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 자료도 있다. 부동산을 보유할수록 밑지는 게 없다는 일반인들의 인식까지 고려하면 재산세든 종부세든 올릴 명분은 빈약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보유세가 현실화되면 전매제한 기간을 강화한 11·3 대책과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파가 덮친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걱정거리다. 보유세가 인상되면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주택 추가 매입을 머뭇거릴 공산이 커진다. 이럴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쏟아질 과잉 공급물량 해소가 어려워져 주택시장의 리스크가 한층 더 커진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한 경기 대응이 몇 년 뒤 나타나는 건설업종의 경기 사이클상 보유세 인상이 건설 경기를 빈사 상태로 내몰고 종국엔 부동산 거품을 터뜨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수 집권 9년 차에 터진 국정농단 사태로 민심은 야권 쏠림이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정권이 교체되면 보유세 인상과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 소유자에게 짐이 되는 정책들이 정부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요성은 인정한다. 다만 부동산 경착륙이 일어나지 않도록 점진적이고 정교한 접근을 당부하는 바다. /한국일보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