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자 주요 일간지 사회면.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 학교 측과 학생들의 극한 갈등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발하며 153일째 본관을 점거 중이던 학생 80여 명을 직원 400여 명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내거나 자진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와 소화전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교 본부 측이 동원한 직원들이 물대포를 쐈다”고 주장한 반면 본부 측은 “학생들이 터트린 소화기 분말을 제거하려 소화전을 이용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 사태는 시흥캠퍼스 설립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 간 누적된 갈등이 끝내 터진 결과였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와 시흥시가 손잡고 배곶신도시 일대에 설립을 추진하는 제2캠퍼스로 사업비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시흥시 등과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을 맺었다. 그러자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추진은 학생들과 소통 없이 진행됐다”며 ”서울대라는 평판을 활용한 수익사업”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학교와 학생들이 강 대 강으로 충돌하고 있어 사업 결과 예단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대와 비슷하게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던 다른 대학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략 감을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중앙대는 2007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인천 검단새빛도시에 안성캠퍼스와 중앙대 병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2015년 5월 백지화됐다. 검단새빛도시는 2023년까지 서구 원당·당하·마전·불로동 일대 1120만㎡에 7만4000가구의 주택을 짓는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다. 서강대는 남양주 양정역세권복합단지 사업지구 내 제2캠퍼스 조성사업을 위해 2010년 2월 남양주도시공사, 남양주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사업 역시 올해 2월 초 남양주시가 서강대에 캠퍼스 건립협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건국대는 의정부 미군기지 반환부지에 제3캠퍼스 건립 추진을 계획했지만 반환 일정이 불투명하고 학생 수 감소 우려가 커 사업을 백지화한 바 있다. 이화여대의 파주캠퍼스 계획 역시 토지가격 상승에 따라 무산됐다.

이같은 대학들의 캠퍼스 확대 움직임은 유수의 글로벌 대학들이 연구단지나 산학연 클러스터 등에서 상당 부분 성과를 내는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국내 주요 대학들이 ‘제2의 성장’을 위한 동력 차원에서 지자체 내 캠퍼스 신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역 입장에서도 도시 미래 청사진 제시에 핵심적인 교육 인프라 구축을 실현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일부에선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학 유치에 특혜에 가까운 조건을 제시해 무리한 사업 추진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시흥캠퍼스 경우만 해도 시흥시가 약속한 지원액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가 계속 호황세를 탔다면 캠퍼스 신설 사업은 대학과 지자체에 윈윈이 됐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언젠가는 떼어내야 할 혹으로 판명나고 있다. 서울대는 이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사업 무산시 후폭풍이 두려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시흥캠퍼스에 집착할수록 서울대는 밑지는 장사를 한다는 손익 계산서가 대학본부에 차곡차곡 쌓일 가능성이 높다. 현명한 판단을 바랄 뿐이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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