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담긴 공간과 공감하기

건축가의 글답게 공간의 구조와 배치, 동선 등이 상세히 서술돼 있다. 하지만 글쓴이가 강조하는 것은 그 공간에서 느껴야 할 ‘공감’이다. 누군가에게 아픔인 곳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아픔의 기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문에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 “조금이라도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의 근원을 헤아려보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공간과 건축물에 대한 답사기다.

정치적 이유로 고문이 자행됐던 남영동 대공분실, 일본군 위안부들의 비극적 삶을 담은 평화의 소녀상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이 책의 주인공이다. 세월호 추모공간에 대해서는 “노란 리본들이 만들어 내는 따뜻한 노랑의 공간이 슬프고 아픈 마음을 다소 누그러뜨려주면서, 우리를 위로하고 감싸 안는 공간”이라고 적은 부분도 눈에 띈다.

각 장의 끝에는 해당 장소들을 다녀온 뒤 글쓴이와 시민들이 나눴던 이야기가 정리돼 있다. 안타까움과 분노, 자책과 다짐이 교차하는 대화록은 이 공간을 간접체험하는 읽는 이에게 공감을 불러온다.

김명식 지음, 뜨인돌 펴냄, 26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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