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소장의 하도급분쟁 해법 (1)

하도급업체들은 원도급업체와 분쟁이 나면 공정거래위원회로 가야 하는지, 소송을 해야 하는지 조차 판단하기 쉽지 않다. 또 공정위를 가도 신고서 작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막혀 포기하기 일쑤다. 이같은 하도급업체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공정위 과장, 국민권익위 신고심사심의관 출신인 이경만 공정거래연구소장으로부터 하도급 분쟁 해법을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주

전문건설업을 하는 A사장이 2015년 6월에 B종합건설사의 불공정하도급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친구인 법무사에게 의뢰해 신고서 작성을 그럴듯하게 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사건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왜 그럴까? 

신고서 작성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공정위 담당사무관은 보통 수십 개의 사건을 맡고 있다. 사건처리는 접수 순서대로 조정절차를 거쳐서 불성입한 경우에는 공정위로 이첩돼 처리되는데, 사건이 단순하면 곧바로 심사보고서를 작성해서 위원회에 상정해 처리한다. 하지만 복잡하거나 신고서가 잘못돼 있으면 계속 서류보완을 요청하면서 시간이 흐른다. 

A사장이 제출한 신고서를 봤다. 법원에 제출하는 소장을 작성하듯 돼 있으니 사무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즉 그들이 평소에 작성하는 보고서 양식이 아니기에 일단 눈에 거슬린다. 이 신고서를 다 해체해서 다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러면 일단 서류 보완이라는 시간을 벌면서 뒤로 미룬다.

내용을 봤다. 억울하다는 내용을 하도급법에서 이것저것 가져와 신고서를 작성했다. 해당사항이 없는 공정거래법과 민법의 법률 조항도 가져와서 신고서를 작성했으니 이를 보는 사무관은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이 경우 사무관은 이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신고서를 처박아 둘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사건도 수없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식이나 내용이 부실하면 사건 처리가 더뎌지거나 안된다. 이래서 벌써 2년이나 지났다. 그런데 또 최근 와서 추가로 신고할 내용이 있다고 찾아온 게 아닌가? 하도급사건은 소멸시효가 3년이다. 2013년도의 일을 지금에 와서야 신고한다고 하니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 처음부터 하도급법에 신고할 만한 내용을 확인해서 신고서에 포함시켜야 했다. 그랬다면 훨씬 풍부한 내용의 신고서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결국 하도급관련 불공정거래 신고는 그 내용 면에서 꼭지별로 잘 정리해야 하고, 형식 면에서 공정위 사무관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양식대로 작성해야 하며,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게 꼼꼼하게 파악해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년이 지나도 사건처리가 안 된다. 이를 두고 신고사건 처리가 늦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신고가 부실하면 처리도 부실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공정거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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