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죽도 ‘상화원’

육지와 연결 대천역서 차로 10분
연못 등 한국식 정원도 가볼만  

한옥이 섬으로 들어갔다. 섬을 수호하던 나무는 전입신고를 마친 오래된 집을 감쌌다. 사람은 손길을 뻗어 길을 내고 연못을 만들었다. 죽도에 정원이 생긴 사연이다. 섬에서 본 바다가 조화로워 조화를 숭상한다는 뜻의 상화원(尙和園)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충남 보령시 죽도에 위치한 상화원은 몇 시간 머물다 돌아오기에 좋은 장소다. 섬을 한 바퀴 산책하는 데 크게 힘들지 않고 보고 즐길 거리도 풍부하다. 장항선 대천역에 내려 택시로 갈아타니 죽도까지 10여 분 거리다. 원래 서해에 떠 있던 섬에 도로가 놓이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한때 난개발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죽도의 자연을 온전하게 지키겠다는 섬 주인의 고집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상화원 어디에서든 바다는 손에 잡힐 듯하다. 길과 어깨를 맞댄 울창한 숲은 몸을 숨기기에 충분하다.

상화원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에 잘생긴 한옥 한 채가 반긴다. 의곡당이다. 섬과 한옥이라니, 이질적으로만 느껴지는 둘의 만남이 절묘하다. 의곡당은 현재 방문객센터로 쓰인다. 관람하는 이들에게 간단한 음료와 떡을 제공한다. 상화원 안에는 식당이나 매점이 없으니 참고하자. 마실 물을 챙기지 못했다면 회랑에 갖다놓은 생수자율판매대를 이용하면 된다.

상화원 관람은 입구를 등지고 오른쪽에서부터 시작된다. ‘산책로 입구’라 쓰인 푯말서부터 천천히  회랑을 따라 걸으면 된다. 회랑 바닥에 설치한 하얀색 줄이 방문객들에게 이정표 구실을 한다. 섬의 등고선과 닮은 높낮이에 지루할 새가 없다. 지붕을 얹어 궂은 날씨에도 산책하는 데 어렵지 않다.

길에서 조금 벗어나 숲에서 보는 회랑 지붕의 곡선이 유려하다. 오르고 내리고 꺾이는 모습이 서해의 파도 같기도 하고 한옥의 지붕을 모방한 듯도 하다.

회랑을 따라 조성된 해변 연못도 볼거리다. 아기자기한 수중식물과 물고기가 연못에 살고 있다.

회랑을 걷다 보면 중간에 설치한 한옥 대문을 볼 수 있다. 전통 문양을 한 문고리에는 이미 두꺼운 녹이 앉았다. 문을 열 때 들리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정겹다. 대문 안쪽에 있는 전통 창틀은 인기 포토 존이다. 500여m쯤 걷자 해변독서실이 나온다. 느긋하게 독서에 빠지기에 이만한 풍경이 또 있을까. 책을 챙겨오지 않았다고 해도 아쉬워 말자.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장소다.

상화원 산책의 마지막 코스는 한옥마을이다. 마을에는 한옥이 일곱 채 모여 있다. 마을 맨 위에 자리한 고창읍성 관청 뒤로 오르면 한옥 지붕의 부드러운 선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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