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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선의의 다주택자’와 투기꾼은 구분을
  • 전문건설신문 기자
  • 승인 2017.09.0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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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8월27일에 청와대에서 나온 보도참고자료가 재미있었다. 청와대 참모진 14명 중 절반이 8·2부동산대책에서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이른바 ‘다주택자’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해명 자료였다.

실소가 나왔다. 누구는 은퇴 후 거주목적으로, 누구는 출퇴근용으로, 또 누구는 가족을 위해 한 채씩 더 집을 샀다고 했다. 한마디로 “투기 목적이 아니다”는 것이다. 전국의 다주택자가 마치 투기의 주범인 것처럼, 내년 봄 이사철까지 짐짓 아량을 베풀듯 시간을 주며, 그 뒤로는 양도소득세 중과세와 세무조사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집을 팔게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 다주택자’의 변명도 민초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누가 이들에게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는 식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줬는가.  

등잔 밑이 어두운 것은 등잔 대가 등잔불의 빛을 막아서 생기는 그림자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국민 삶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빛을 가리는 등잔 대가 아닌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잡도리가 제대로 안되면 그 그림자가 주는 어둠에 국민이 당한다.

청와대의 대통령 참모와 같은, 또는 비슷한 이유로 집을 산 사람들이 억울해 한다. 8·2대책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일부는 정부를 상대로 집단대응에 나설 태세다. 신혼인 한 지인은 서울 근교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이번에 생긴 ‘2년 거주’ 요건 때문에 당초 계획에 없던 ‘은행집 실입주자’가 되기로 했다. 그는 잔금 여력도 없고, 도심의 직장으로 매일 출근하기엔 애매한 거리라 2년 정도 전세를 준 뒤에 돈을 모아 차도 사고 대출도 줄여 이사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1억원 넘는 잔금 대출 덤터기도 감수해야 한다. 이 친구 외에도 대책 발표 전 분양받았는데 중도금 대출이 줄어 난리가 난 서민들, 청약제도 개편으로 오히려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진 30대·신혼부부 등 정부 정책에 눈물 흘리는 선의의 피해자가 많다.

8·2대책의 태생부터가 미덥지 않았다. 대책 발표를 앞두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유히 휴가를 떠났다. 발표 날 돌아오긴 했지만 김 장관은 다시 남은 휴가를 즐겼다. 예상 밖의 강도 높은 규제에 놀란 국민을 상대로 8월3일 설명에 나선 이는 청와대의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이었다. 김 수석은 장황하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단속 의지를 천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는 와중에 불쾌했다. 김 수석은 본인이 관여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명백한 실패”라고 인정했지만, 진중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8·2대책으로 투기 수요는 일단 꺾일 것이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불러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시장 위축으로 인기 아파트의 희소성만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건축 인허가 실적 등을 근거로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지만 선호도 낮은 지역의 물량이라면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라는 이유로 서울 전역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 섣부른 감이 있다. 이러다간 정말로 ‘참여정부 시즌2’가 될 수 있다.

잊어버릴 뻔했다. 김 장관이 8·2대책 발표 뒤 다시 휴가를 떠나기 전 청와대 인터넷TV에 출연해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는)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고 했다. 

청와대부터 김 장관의 말대로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겠다. 대통령도 다주택자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전문건설신문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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