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문건설협회 등 5개 건설 단체는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SOC 예산 정상화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내년 예산안에서 SOC 예산이 올해보다 무려 20%나 삭감된 데 대한 불안과 불만이 표출된 자리였다.

건설단체들은 SOC 예산 삭감이 단순히 건설업을 위축시킬 것이기 때문에 불안과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다. SOC 예산 삭감은 국가적 과제이자 이 정부가 국민에게 제시한 근본적 약속인 일자리 창출과 복지 증진, 삶의 질 개선에 역행하는 것이기에, 경제 성장을 훼방하는 정책이기에, 한곳에 모여 그 염려와 걱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SOC 예산 삭감과 일자리의 상관관계는 지방에서는 이미 현장에서 체감된 바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SOC 예산은 총 12조원 줄어들었다. 이 기간 고용도 무려 17만8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지역 SOC 예산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금언(金言)이 맞는다면 내년도 SOC 예산 삭감은 최고의 복지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삶의 질’은 ‘쾌적한 생활’, ‘여유 있는 삶’과 동의어다. 쾌적한 생활과 여유 있는 삶은 결국 생활환경과 연결된다. ‘얼마나 편안하게 삶을 즐기고, 즐거이 일을 하고 있느냐’를 줄인 것이 ‘삶의 질은 높은가’라는 질문이다. 결국 깨끗하고 편리한 주거, 일터와 삶터(주거지) 사이의 시·공간적 거리, 안전과 위생이 확보된 삶을 사느냐가 삶의 질의 높낮이를 따질 수 있는 척도인 것이다.

깨놓고 말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삶의 질의 수준을 높이려면 더 많은 건설투자가 필요한 나라다. 우리는 아직도 SOC 예산이 많이 필요한 국가에 살고 있다. 그것은 여러 측면의 OECD 통계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더 촘촘한 도로와 지하철 및 철도망, 더 안락하며 가족의 행복과 안녕이 더 보장되는 주택,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상·하수도 등이 필요한 나라인 것이다. SOC 예산을 대폭 줄이자는 것은 더 높은 수준의 삶을 살겠다는 국민의 원초적 욕구를 외면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SOC 예산 삭감은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0.6%에 지나지 않은 데 대해 건설투자 위축이 원인이라는 한국은행의 설명이 그 증거다. 현재 시행 중인 고강도 부동산 규제 역시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부동산 규제와 SOC 예산 삭감은 부(負)의 시너지효과를 촉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들은 올해보다 20%, 4조4000억원 줄어든 17조7000억원의 내년 SOC 예산안이 확정되면 성장률은 0.3~0.5% 하락하고 일자리는 4만~6만개가 사라진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프레스센터의 기자회견에서 건설단체 대표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SOC 사업은 현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외면하고 SOC 예산안을 확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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