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전문건설업체는 지난해 말 경기도 지역 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B 원도급업체와 설계변경에 따른 정산문제로 분쟁을 겪었다. A사는 반년이 넘는 진통 끝에 B사와 협의에 성공, 원가 수준의 공사비를 겨우 건졌다.

하지만 협의한지 채 몇 달도 안 돼 B사가 지급한 금액에 문제가 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해 A사는 압류 등의 어려움을 현재까지 겪고 있다.

이같은 얘기를 듣고 취재를 해본 결과, B사는 중견 종합건설업체로 법무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덕분에 소송에 따른 현장 운영 등에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반면 A사는 법무팀은 커녕 현장 운영을 위한 인원과 사무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정도 밖에 갖추고 있지 못해 소송으로 회사 운영 자체에 타격을 받고 있었다.

B사도 10년이 넘게 함께 일해 온 A사의 열악한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취약점을 잘 알고 있으니 그 부분을 건드려 회사를 흔든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반기를 든 것에 대한 보복인 것을 알고 있지만 결국 굽히는 것 외에 더 빠른 해결방안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원·하도급 관계가 어느 정도의 수직적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취재 현장을 다녀보면 이같은 악의적인 갑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꼼꼼한 공무작업 등으로도 대비할 수 없다. 그냥 운이 나쁘면 당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원·하도급관계에서 벌어지는 갑질은 예방할 수 있는 것들보다 없는 것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갑질, 이제 그들만의 리그로 볼 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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