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책사업

국책사업이 흔들리는건 곧 정부가 흔들린다는 의미이고 그 와중에 국민혈세가 허비된다는 뜻이다. 정부의 무능이 국민을 불안과 갈등에 빠뜨리고 국가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대형 국책사업들이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그리고 종교계와의 갈등으로 잇따라 차질을 빗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을 넘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정부건 환경옹호론자건 ‘정말 자신들의 돈이라고 여긴다면 저럴 수가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회의감을 갖게하는건 마찬가지다. 도룡뇽의 생명이 소중하다면 인간의 삶은 얼마나 더 소중한 것인가. 노선변경이 능사인가. 현재의 노선을 택하면서 습지를 보존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

한 스님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정부는 국책사업을 중단했다. 사람의 목숨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결정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는 여기서 원칙없이 흔들리는 정부를 보게 된다. 중단해야할 국책사업이라면 스님이 100일간이나 고통스런 단식을 할 동안 왜 질질 끌어온 것인가. 제 풀에 지쳐 포기하기를 바라기라도 했단 말인가. 앞으로 누구든 국책사업을 반대하며 단식투쟁하면 공사를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인가.

정부는 목숨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실로 궁금하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재해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가 800여명에 달했다. 정부는 이들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있다. 한 스님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국책사업을 중단하는 정부가 800명이 넘는 죽음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은양 넘기고 있다. 누굴위한 정부인지, 누구의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성산터널 뿐 아니라 새만금을 비롯해서 경인운하, 원전센터 등 초대형 국책사업들이 이 정부들어 엄청난 갈등속에 중단되는 사태를 빚고 있다. 새만금개발사업이 지난4일 법원의 취소 또는 변경 주문으로 중단위기에 빠져있고 경인운하 사업은 경제성 여부 및 환경훼손을 둘러싼 논란으로 원점재검토 결정이 나 현재 재추진이냐 중단이냐를 가리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원전센터 부지선정 작업도 난항을 겪다 결국 중·저준위와 사용후연료로 나눠 부지를 선정하기로 결정, 현재 중·저준위 부지선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들이 중단되고 있으니 손실은 막대하다. 사업차질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는 물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 등 국가전체적 손실을 따져보면 글자그대로 천문학적 규모다.

더 답답한 사실은 정부의 문제해결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하는 점이다. 천성산터널만 해도 그렇다.

2003년 9월 노선재검토위원회가 보여준 전례가 있듯이 환경영향평가를 공동실시한다고 해서 쉽게 결론이 나오기 어렵고 그 결과에 승복하기도 어렵다. 시간만 또 허비하기 쉽다.

물론 이번에는 공사가 완전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영향 공동조사가 실시되는 동안 중간중간에 대형 발파작업 등 공사를 부분적으로 중단할 수 밖에 없어 피해가 불가피하다.

2002년 6월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착공직후 공사가 중단됐고, 2003년 노선재검토시 6개월, 작년 6월말부터 지율스님 현장점거시 3개월, 항고심 선고전 3개월을 모두 합해 1년이상 공사가 중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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