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원점 재검토라니

뭐 이런 정부가 다 있단 말인가. 원전센터를 건설하겠다며 평안했던 지방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국민들을 1년이상 불안에 떨게 하더니 이제와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180˚ 입장이 돌변했다. “원전센터 부지선정을 위한 대안중 하나로 두 곳 이상으로 나누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한다. 유치신청한 곳이 한곳도 없어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면서 두 곳 이상으로 나누겠다는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발상인가. 부안도 모자라 온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몰고가겠다는 말인가.

한심하고 딱한 정부다. 능력이 없으면 물러나든지, 차라리 조용히 입닫고 있는게 낫다.

역사 바로잡기니 수도이전이니 거창하게 떠벌릴 줄만 알았지 제대로 성사시킬 수나 있을지, 정말이지 눈꼽만큼도 신뢰할 수 없는 정부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사업과 대중교통 개선사업을 무난히 성사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정부의 무능이 사뭇 대조된다. 아직도 중단에 중단을 거듭하고 있는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는 이 정부의 무능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집단 구타까지 당한 김종규 부안군수가 지난해 7월 유치신청서를 내자 18년동안 표류했던 국책사업이 드디어 해결됐다며 대통령은 격려전화까지 했었다. 이제 이 모두가 하나의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부안군수가 산업자원부에 원전센터 유치신청서를 접수한 뒤 16일 정부의 현행 부지선정 절차 포기 발표가 나오기까지 정부와 부안주민은 몰론 찬·반 주민간 갈등은 14개월동안 계속됐다. 부안사태는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주민들의 핵반대 격렬 시위로 지금까지 42명이 구속되고 97명이 불구속됐으며 즉심 95명 등 모두 358명이 사법처리되거나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더욱이 집회에 나섰던 일부 어린이와 노약자는 물론 대화를 시도하던 부안군수마저 주민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해 찬·반 양측 모두 쉽게 아물기 힘든 정신·육체적 상처를 안아야 했다.

원전센터 유치 찬성측인 범부안군 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 김명석회장이 말한 것처럼, 원전센터에 대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정부만을 믿고 따랐던 부안군민과 전북도민을 철저히 무시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원전센터 원점재검토 결정은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부안의 일부 주민들은 생업을 뒷전으로 하고 핵반대에 나서는 바람에 반농반어의 생계는 엉망이 됐고 찬·반대립으로 민심마저 양분됐다. 부안은 심한 갈등의 골만 깊어진 채 가장 살기좋은 고장이라는 ‘생거부안’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부안원전센터가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고 사실상 백지화되자 핵반대 대책위와 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 추진위, 도내 상공인들이 손해배상과 책임자 사퇴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 것은 후유증의 깊이를 예고하고 있다.

산자부의 지난 16일 원전센터 입장발표는 사실상 유력한 원전센터 후보지였던 부안 포기 선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발표문에서 ‘부안 백지화’ ‘부안 포기’라는 명확한 용어사용은 삼갔지만 ‘현행 절차상의 부안 주민투표의 어려움’과 ‘시민사회 단체와 충분한 협의’등 발표문 곳곳의 문구에 비춰볼때 사실상 부안 포기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발표문 말미에 “새로운 원전수거물 처리 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안주민, 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다분히 전북도와 부안군을 의식한 제스처로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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