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건설의 새 먹거리 뭘까

문재인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도시재생 뉴딜을 펼치겠다고 밝혔고, 2017년부터는 생활SOC를 정책에 반영해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시설 복합화’ 개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사업들은 지역 기반 건설업체의 주요 일감이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사업지는 189곳이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68개, 지난해 99개, 올해 상반기에 22개를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선정했다. 올 하반기에 70여곳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약 100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투입되는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예산은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600억원에 이른다.

정부의 생활SOC 3개년 계획에 따르면 △문화체육시설 확충 및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기초 인프라에 14조5000억원 △돌봄과 공공의료시설 확충에 2조9000억원 △안전하고 깨끗한 생활환경 조성에 12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생활SOC 예산은 약 12조원으로 정부예산 8조6000억원, 지자체 분담금 3조3000억원(추정)으로 구성되고, 정부예산은 전년대비 2조9000억원 증액됐다.

◇지난달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남 통영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인 구 신아조선소 부지를 방문했다. 이 사업은 폐조선소 부지를 국제적인 해양관광 거점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로 추진중이다. /사진=국토교통부
◇지난달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남 통영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인 구 신아조선소 부지를 방문했다. 이 사업은 폐조선소 부지를 국제적인 해양관광 거점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로 추진중이다. /사진=국토교통부

이들 사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지역개발사업의 방향이 ‘시설 복합화’라는 키워드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개 이상의 생활SOC를 하나의 입지에 복합적으로 배치하는 복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SOC 복합화를 위한 전체 물량과 예산규모는 9월 이후에 결정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장① 도시재생 사업=2017년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선정된 경남 통영에서는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 리모델링 공사’가 지난달 초 추정가격 36억원 규모로 발주됐다. 5개월간 건축, 기계, 토목, 가스, 기계소방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밖의 사업지에서도 본격적인 건설물량이 발주되고 있고, 사업지 선정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국토부가 중심이 된 도시재생 뉴딜 정책은 올해로 3년차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도시재생 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기반을 마련했다면 올해부터는 주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사업 속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189개 사업지에는 558개의 단위 생활SOC 사업이 있다. 이 중 113개는 2개 이상의 생활SOC가 결합돼 있다.

예를 들어,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면서 주택개량과 함께 주차장, 어린이집 같은 주거환경 개선이 함께 진행된다. 적정한 주거환경 수준에 대한 기준도 바뀌어 인구 수 기준으로 정해져 있던 ‘기초생활인프라 국가적 최저기준’이 올해부터는 시설별 접근 소요시간으로 바뀌었다. 인구저밀 지역에도 보편적인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새로운 시장② 생활SOC=생활SOC는 공간개발 중심의 대규모 SOC와는 다른 개념의 보육복지문화공원 등 일상생활에서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모든 시설을 말한다. 올해 생활SOC 정부예산 8조6000억원은 전년보다 50% 증액됐고, 국무조정실 내에 생활SOC협의회와 추진단을 구성했다.

올해 예산이 배정된 세부 항목으로 나눠보면, △문화생활체육 등 편의시설에 1조1000억원 △지역관광 인프라에 6000억원 △도시재생, 농어촌 생활여건 개선에 2조6000억원 △스마트영농, 노후산단 재생, 스마트공장에 9000억원 △복지시설생활안전 인프라에 2조7000억원 △미세먼지 대응,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7000억원이 배정됐다.

3개년 계획의 내용에 따르면, 10분 안에 체육시설 이용이 가능하도록 실내체육관을 3만4000명당 1개소 수준으로 확충한다. 같은 방식으로 공공도서관은 2022년까지 1400여개, 작은도서관은 6700여개까지 늘린다. 생활문화센터는 300여개, 실내체육관은 1400여개, 장애인 체육을 위한 반다비 체육센터는 120여개, 야구장과 축구장은 각각 400여개와 2640여개로 확충한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 공보육 인프라를 늘리고, 취약계층 돌봄을 위해 시군구당 1개소씩 공립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한다. 필수의료시설의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주민건강센터도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다중이용시설의 화재안전 성능보강, 미세먼지 저감 숲 조성, 지하역사 미세먼지 개선 등도 추진한다.

◇본격화되는 시설 복합화 논의=도시재생과 생활SOC가 대폭 늘면서 최근의 건설시장은 ‘시설복합화’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 학교시설 복합화를 통해 학교가 교육을 넘어 지역주민들의 평생교육 및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추진 중인 ‘생활SOC 복합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생활SOC 복합화 사업은 복수의 생활SOC 관련 국고보조사업을 하나의 부지에 단일 혹은 연계 시설물로 건립하는 사업이다. 각 지역에 복합화된 문화?체육시설을 공급해 부지수용비 등을 절약하고, 돌봄시설 등 사회시설들을 같이 건설해 1개의 시설에서 어린이청년성인노인 등 전 계층을 아우르는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MOU를 체결해 학생 및 지역주민 문화체육 향유권 증진에 관한 상호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더불어 생활SOC 복합화시설을 녹색건축물로 건설해 폭염한파 등 이상기후 현상과 악화된 미세먼지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 방향이 기존에 없던 방식은 아니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 쇼핑몰이 함께 건설된 것과 같은 사례가 종종 있었고, 도시재생으로 공공청사에 임대주택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는 정부의 생활SOC 정책과 함께 시설 복합화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나아가 현재 계획 중이거나 추진이 시작된 입체도로나 지하도시 개발 등도 이같은 방향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새 건설시장 능동적 개척해야=최근 생활SOC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늘리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국토정책브리프 최근호에 ‘민간투자사업의 새로운 대안, 생활SOC’ 보고서를 실었다.

보고서는 “생활SOC사업은 사업추진 시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동반해 재정투자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 건설사 컨소시엄, 시민펀드 등 다양한 참여주체가 포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생활SOC 취지에 맞게 민간 참여주체에 지역사회 기반의 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민간투자사업 방식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과거 건설 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건설기업들은 전통적인 대형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공급 계획을 기다리고, 그 일감이 많고 적음에 따라 건설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곤 했다.

지금은 아침식사보다 모닝커피가 더 익숙하고 주말에 가족들과의 여가활동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다. 도시재생이나 생활SOC도 이같은 사회 변화에 맞춰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이 선택되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 공모에 참여해 선정되는 상향식 의사결정이 일반화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공급자 중심의 건설시장보다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건설수요자의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새로운 건설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