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권리 찾다간 찍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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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권리 찾다간 찍히는 사회
  • 강휘호 기자
  • 승인 2019.09.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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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건설업체들은 발주자·원도급업체 등이 하도급법을 위반했을 때 민·형사상 고소는 고사하고 하도급대금의 조정 신청조차 망설인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이 관련 자료를 요구해도 조용히 입을 닫기 일쑤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설문지를 받아든 학생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번갈아 쳐다볼 뿐, 아무것도 적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혹자는 “스스로 권리를 저버렸기 때문에 누군가를 원망할 이유도 없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선과 비판이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가해자가 피해를 방관하지 않으려 노력할 때 감수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한다.

한 건설업체 대표는 “신고를 한 번 하려면 건설 바닥을 떠날 각오를 해야 한다. 종합건설업체들 사이에서 ‘공정위에 신고한 업체’ 라는 소문이 나면 다음 수주는 바라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문제는 전문건설업체들이 부당과 불법을 없애기 위해 맞서도 감독기관은 이상할 만큼 약자의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받은 5년간 하도급법 제 19조 위반 보복조치 신고 및 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복 신고 13건 중 단 한 건도 고발 조치가 되지 않았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전문건설업체들의 망설임에 많은 수긍을 건네게 된다. 더불어 공정위에 하도급법 제19조(보복조치의 금지)를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아함도 든다.

현행 하도급법 19조는 “법 위반을 신고한 행위 등을 이유로 수급사업자에 대해 수주기회(受注機會)를 제한하거나 거래의 정지 또는 그 외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휘호 기자] noah@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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