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에 작년 11월 기지급한 하도대 “반환하라” 요구
자사가 인정한 하도급 정산내용 스스로 뒤집는 꼴
객관성 떨어지는 근거로 협력사 설득커녕 반발만 키워

‘세종파라곤 하도급대금 분쟁’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동양건설산업과 라인건설이 이번엔 이미 정산완료 후 지급한 하도대를 반환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건설업계에선 사상초유의 ‘줬다 뺏기’식 갑질이라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세종파라곤의 골조공사를 했던 수주건설 등 철근콘크리트공사업체 2곳은 지난해 11월 동양건설산업과 최종 정산에 합의했다. 이들 업체는 각각 3~4건의 본‧추가 계약에 대한 하자보수보증서를 전달하고 준공금을 지급 받았다.

또한 철콘업체들은 준공정산에 앞서 동양에 시공완료를 통지했지만 동양은 검사결과를 서면통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경우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의 검사결과 미통지는 검사합격으로 보고, 나아가 대법원은 대금지급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94누10320).

즉, 하자보증서 제출과 하도급 대금지급이 함께 이행됐고, 준공검사가 합격돼 준공금이 절차에 맞게 지급되는 등 관행상‧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준공완료 절차로 보인다.

그런데 약 8개월이 지난 7월경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7월22일 동양은 “하도급 준공정산 진행중에 있으며, 당사의 수량검토가 완료돼 (다시) 정산하겠다”라며 기존 준공정산을 무효화하는 듯한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어 8월2일에는 7월 공문 상 기재된 반환요구액을 깍아서 다시 보냈다. 이에 철콘업체들이 불응하자 미시공이나 과다지급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철콘업체 두 곳이 같은 날짜에 두 차례 공문을 받았고, 특히 감액 요청 금액도 비슷한 점이 눈에 띈다. 7월엔 약 20억‧22억원을 요구했고, 8월엔 둘 다 17억원 정도로 깎아 반환 요구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실제 검토를 통해 감액에 나섰다기보다 일률적인 비율로 감액요구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시공사가 100억원이 훨씬 넘는 적자를 협력사들에게 떠넘기는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점도 수상해 보인다. 7월19일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광태 대표는 라인건설의 특수관계사인 동양이지이노텍 임원 출신이고, 비슷한 시기 임원에 등재된 이모, 정모, 윤모 씨는 모두 라인건설 출신이다. 시기적으로 라인 측 인사들이 영입되면서 하도대 분쟁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라인 인사들이 기존 동양이 합의‧협의한 하도급 금액을 부정했다는 국민청원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다.

두 업체의 가장 큰 불만은 감액에 대한 상세하고 정당한 사유를 동양측이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계약서류의 핵심인 산출내역서나 객관성을 담보한 적산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동양 측은 공문에 ‘내역서 및 산출서’를 첨부한다고 표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자체 제작한 ‘증감 검토 내역서’만 보냈다. 앞서 언급한 소송의 근거자료에도 △하도급계약서 및 내역서 △정산(반환)요청공문 △예금 거래내역만 들어있다. 이들 자료를 반환요청의 근거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양 관계자는 이 분쟁과 관련해 “지급된 하도급대금에 대한 점검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지급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조정 정산이 필요해 협력업체와 협의를 진행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양의 ‘줬다 뺐기’ 갑질이 법령에 비춰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대금감액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특히 정당한 사유로 감액합의를 하더라도 소급적용은 불가하다. 또한 △감액 사유와 기준 △감액대상 목적물 등의 물량 △감액방법 등이 담긴 ‘서면’을 ‘미리’ 주도록 하고 있다.

한편, 해당 철콘업체들은 동양의 소송에 반소를 준비 중이다. 원청이 먼저 대금 정산의 무효를 주장하는 상황을 활용해 기존 정산에 반영시키지 못한 금액을 추가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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