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논현 소재 출입처에 다녀오는 길. 도로가에 걸린 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한 병원 건물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건축주에게 공사비를 지급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건설근로자로 보이는 3명의 인부가 관련 내용으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건물 뒤에 있는 현장사무실을 방문해 사연을 들어보니 대충 이렇다. 병원 리모델링 공사였고,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축주가 수차례 설계변경을 요구해 이에 응하느라 공사비가 늘었다. 병원측은 추가 공사비 지급을 완료하지도 않은 채 입주해 영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현장에서 늘 발생하는 추가 공사비와 관련한 분쟁이었다.

그런데 특이점을 발견했다. 피켓 시위중인 근로자가 분쟁 당사자인 건설사 소속이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장 소장은 시위를 위한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해 일당을 주고 있다고 말해줬다.

짠했다. 영세한 건설업체가 분쟁에 휘말렸을 때, 제대로 대응할 인력조차 없는 현실을 강남 한복판에서 마주한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분쟁 초기에는 공사비를 받기 위해 하도급사에서도 인력을 파견해 시위에 참여했지만, 분쟁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서 본업으로 돌아가는 근로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결국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선 일당을 주고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했고, 공사가 끝났는데도 추가 비용이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병원에는 환자들이 드나들면서 영업이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답답함은 배가 된다.

공사 과정에서 건축주는 인테리어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뜯어고쳤다고 한다. 자기 맘대로 공사를 시켰으면 공사비는 주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닌가.

“있는 놈들이 더한 세상”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건축주가 ‘있는 놈’으로 치부되지 않는 세상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인가? 욕심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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