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하는 현장 안전 대책은 대부분 처벌 위주다. 새로운 대책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혁신방안이라고 설명하지만 사고 발생 시 처벌 대상과 수준이 늘어나는 것 말고는 딱히 새로운 것을 찾아볼 수 없다.

혁신적인 안전대책을 만드는 것보다 건설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편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만 초조한 분위기다. 누구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안전특별법 등은 줄줄이 안전관리 책임과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있어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런데 정부는 노심초사하는 건설업계와 달리 태평한 모습처럼 느껴진다. 정부 부처들에 안전 관련 취재를 하다 보면 태평을 넘어 ‘이렇게까지 무책임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답변을 들을 때도 있다.

안전대책 마련 과정 등을 질문했는데 “전임자가 왜 그런 일을 진행했는지 모르겠네요”라든가 “우리 부서가 담당이긴 한데, 타 부서에서 마음대로 발표한 부분이라 저희도 황당해요”라는 말을 들으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건설현장 안전강화라는 취지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안전을 담보로 건설업계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데, 담당자들이 그만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담당자들은 관련 업계의 명운이 걸린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또 건설산업이 위축되지 않는 가운데 안전과 상생이라는 가치를 모두 지키기 위해선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촉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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