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두꺼비가 새끼를 등에 업고 공원 연못과 인근 와우산을 힘겹게 지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수로에 빠져 길을 헤매기도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친 바닥을 기어가는 모습이 지나는 행인의 발과 자전거 바퀴에 아주 위태로워 보였다.

로드킬(Road kill)은 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양서류가 포유류에 이어 많은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생동물들에게 생태통로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허술하게 지어진 생태통로는 동물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도 위협이 된다. 영동고속도로가 갈라놓은 강원도 강릉 소재 보현산에는 계곡과 보광리를 이어주는 길이 68m의 생태터널이 있다. 정작 동물이 다녀야 할 생태터널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통로가 돼버렸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전국의 252개 생태통로 중 동물의 습성을 반영하지 않아 제구실을 못하는 곳이 절반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이에 CCTV나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한 드론 등으로 야생동물들의 이동경로를 확보한 체계적인 생태통로 건설이 필요하다. 로드킬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전경보시스템’도 검토할 만하다. 주요 야생동물 통과지역에 동물감지장치를 설치해 야생동물이 도로에 다가올 경우 경보를 울려 쫓아낸다. 이미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 시범 실시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행 환경영향평가 시기를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 환경부는 생태통로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시기를 5∼9월로 정해놓았다. 하지만 고라니를 비롯한 주요 포유류의 번식기는 10~12월을 중심으로 한 겨울철이다. 때문에 평가 시기를 겨울철로 옮기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지난달 12일 충북 청주시의회는 ‘청주시 소형동물 인공수로 폐사 및 동물 찻길사고 저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야생동물의 인공수로 폐사 및 로드킬 사고 저감사업 추진과 구조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도로 생태통로·인공수로 탈출시설 설치 및 연석높이 개선 등 야생동물 보호 건설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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